양적완화 시대의 끝, 든든한 연준은 이제 없다
오늘 칼럼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달라진 자세를 알아보고 앞으로 든든한 지원군(연준)이 없는 자산시장의 미래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지금 자산의 '저가 매수'가 옳은지?에 대해서도 한 번 고찰해보려고 합니다.
2020년 3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자산 가치가 급등했었죠. 오늘 칼럼을 읽고 나시면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비슷하나 연준의 태도가 다름을 이론적으로 쉽게 알게 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시중에 돈이 흘러 넘칩니다. 물가는 치솟으면서 생활 경제가 불안해지고 민심은 날로 악화되죠. 물가를 잡으며 국가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돈의 사용료를 높이게 됩니다.
사용료가 높아진 돈을 사람들은 '덜' 사용하게 되고, 물가는 다시 안정세를 찾으면서 국가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각 나라별로 정한 단기채권의 금리를 통해 통화의 사용료를 결정하는 것을 우리는 '전통적 통화정책'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통화방식인 단기채권 금리 조절만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단기채권 금리를 내렸음에도 시중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이른바 '신용 경색'이 발생하며 경제가 휘청했었죠.
그래서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아닌 편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직접 장기채권 또는 회사채 등을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지원에 감동한 시중은행들은 다시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대출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고, 다시 경제는 혈색을 되찾게 되었죠.
저는 양적완화를 설명할 때 '항생제'에 비유를 해서 설명하곤 합니다.
평소 건강을 챙기지 않아 살이 찌고 여러 부작용들이 온 환자는 사실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해야 합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건강한 다이어트 후에는 다시 튼튼한 몸을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살이 너무 쪄서 건강이 오늘내일 하는 상황에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보다는 당장 '항생제'를 먹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건강보다는 오늘 죽을수도 있으니 우선 긴급처방을 하는 것이죠.
다행히 당분간은 항생제로 연명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만은 고도비만이 되고, 건강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버블 붕괴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글로벌 경제'라는 고도비만 환자가 휘청거렸습니다. 환자 목숨이 걱정된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항생제를 환자에게 투여했고 목숨은 건질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건강해 보였'습니다.
단기국채만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을 넘어 장기국채와 회사채, 주식 등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편법'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항생제'로 이렇게 경제 환자의 건강(버블)은 나빠져만 가게 되었죠.
2020년 3월,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다시 한번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연준은 또 다시 '역대급 양적완화'를 시행합니다. 기존의 항생제 수준을 넘어 진통제를 처방하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를 처방하니, 전세계 자산가격은 다시 미친듯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 시장은 이른바 'V자 반등'으로 전고점을 경신하게 되었죠.
이미 운동부족으로 골골대는 세계 경제는 마지막 수단인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202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초고도비만이 되어 버린 몸과 바닥난 체력..그 한계가 슬슬 오고 있었죠.
2022년 6월, 미국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은 "양적긴축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쉽게 말하면, 초고도비만으로 건강이 우려되는 미국 경제에 "오늘부터 런닝 머신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셈이죠. 2020년부터 투여하던 진통제는 이미 2022년 초, '테이퍼링(Tapering)'을 통해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3월처럼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V자 회복을 한 과거는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우리에게 '온화한 의사선생님'은 없기 때문이죠. 혹독한 트레이닝과 체력단련으로 어느 정도의 체중감량(양적긴축)을 하겠노라고 연준은 선언한 상태입니다.
미국 주가지수와 한국 코스피 등은 이미 고점대비 20~30% 하락했습니다. 혹자는 '지금 사야해! 코로나때도 그랬잖아? 지금이 기회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일명 '치트키'로 자산시장을 부양했던 당시와 지금의 미국 연준 태도는 분명하게 다릅니다.
확실하게 연준은 2024년까지 양적긴축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미 물가가 9%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경제가 힘들고 휘청거린다고 한들 이전과 같은 '돈풀기를 통한 자산시장 부양'은 근 2년 동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셈이죠.
양적 긴축의 시작은 단순히 유동성 축소의 의미가 아니라 든든한 지원군인 연방준비제도의 도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양적 긴축을 통해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며 자산 시장의 가격은 하락하고 시중에 채권이 많아져 시장금리는 상승하는 효과를 앞으로 가져오게 되죠.
오늘 칼럼에서는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2008년과 2020년, 미국 연준이 어떤 스탠스의 통화정책을 시행했는지 알 수 있었죠.
그리고 2022년 현재 역대급 물가와 자이언트 스텝이 남발하는 상황에서 양적긴축의 시작이 자산시장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2024년까지 이러한 자산시장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투자를 한다면 조금 더 스마트한 투자자가 되지 않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적긴축으로 설명하는 자산시장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