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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Jan 05. 2023

그림이라고 부르는 풍경이야기

Travel 이탈리아 남부 01

멋진 풍경을 마주하면 으레 ‘그림 같다!’라는 말을 한다. 이 표현이 꽤 주관적인 게 어떤 걸 그림 같다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제가 없다. 예를 들어 날씨가 어떻게 좋다거나 혹은 어떤 자연 풍경을 만났을 때, 또는 도시의 풍경이 특별히 다를 때 이 말을 하면 되겠다 같은. 그렇다 보니 사실은 그림 같지 않은(?) 경치를 만나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말을 사용한다. 수많은 작가와 기자, 블로거까지 그럭저럭 예쁜 광경에선 일단 ‘그림 같다’라는 말을 꺼내 놓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럭저럭 괜찮은데 딱히 쓸 말이 없으면 습관이나 미사여구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진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면 알게 되는 게 있다. 어떤 수식어로 묘사해도 부족하다는 걸. 수많은 그림에도 반드시 명화가 존재하듯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림 같은 풍경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밥’ 아저씨로 통하는 밥 로스(Robert Norman "Bob" Ross)다. 어린 시절 EBS 방송을 틀면 덥수룩한 수염의 아저씨가 나타나서 마술처럼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붓을 들어 대충 쓱쓱 긋는 것 같지만 몇 분만 지나면 화려한 그림이 완성됐다.

밥로스는 독특한 유화 기법(wet-on-wet)을 사용해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덧칠하는 방법으로 빠른 시간 그림을 그렸다. 유화 특유의 질감과 색감을 가졌지만, 그의 그림은 사진을 찍는 것처럼 빠르게 완성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 반드시 했던 한 마디 “어때요? 쉽죠?” 그의 선한 표정과 섬세하지만 빠른 붓 터치, 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어때요? 쉽죠?”라는 말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밥 로스의 그림이 좋았던 건 화폭에 담긴 풍경이 세상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살면서 여행 중에 한 번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숲과 호수, 산과 바다, 그리고 집들. 그래서 멋진 자연을 만나거나 독특한 날씨와 마주하면 밥 로스의 그림과 오버랩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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