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마음 07
요즘 좋아라 하고 자주 뵙는 형님이 있다. 곧 환갑이 가까운 나이다.
어제 둘이서 술 한 잔 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술김에 속내를 꺼내신다.
"내가 집사람 잃고 다신 여자를 안 만나려고 했다. 그런데 2년 전인가 어떤 여자를 만났네. 내게 너무 잘해서 난 좋은데 내 주변에선 자꾸 '사기꾼이다' '꽃뱀이다' 하는 거야. 내게 원하는 게 있어서 다가온 사람이라고."
형님은 얘기하다가 소주 한 잔을 혼자 따라서 단숨에 들이켰다.
"두용아. 나도 사실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 나한테 돈도 많이 가져갔고, 다른 요구하는 것도 많았거든. 그런데 남들이 뭐래도 난 그것도 사랑이라고 믿는다. 물론 대가지불이 컸지만 그 사람이 그래도 내게 잘해준 것, 그리고 내게 웃어주고. 내 말을 잘 들어줬던 것들. 가장 중요한 건 난 그때 내 감정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으로 대했거든. 이 나이에 그거면 충분하지 싶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했다가 결국에 헤어진 거야. 과정은 모르겠고 결과가 그렇다는 거지."
난 마주하고 앉아서 연신 "네"만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