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마음 05
'EBS 요리비전'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일이다. 매월 전국 이곳저곳을 다녔던 터라 사실 몇 번째 촬영 때문에 갔던 곳인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노인 부부가 사는 집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는 요리를 촬영했는데, 안방 문쪽 벽 위에 붙은 부적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처음 그걸 보고는 한참이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귀엽고 성의 없는 부적이 있다니.' '혹시 가짜는 아닐까.' '그리는 분이 의지가 없으셨나.'
부적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별 생각을 다했다. 그러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머니 저 부적 뭐예요?"
"내가 가까이 지내는 스님이 그려주신 부적이여. 얼마나 용한지 집에 저걸 붙여두고 우리 자식들이 다 잘됐지 뭐여. 우리 영감이랑 나는 감기도 한 번 안 걸렸다니까."
말씀을 들으면서는 마음속으로 '우와~'했는데, 그 얘기를 다 듣고도 난 도무지 저 귀여운 부적이 사람에게 뭔가를 해줄 것 같아 보이질 않았다. 그때 할머니가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귀띔 해주셨다.
"저기 총각, 나도 진짜는 못 믿겄는데. 저거 붙여놓고 힘들 때마다 '아이고~ 잘된다' 생각하면서 사니깐 거시기 한 일도 잘된 거 같고 하더라고. 우습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좋은 거 아니겄어. 실지로도 걱정이 다 없어졌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