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나 글에서 ‘실수’와 ‘잘못’을 구분해서 쓴다. 가급적이면 주어진 어떤 일에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반복되는 실수는 결국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꼰대 마인드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고 선택의 기회마저 없다면 어떤 결과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린 시절의 가난은 부모에게서 비롯된다.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도 반대의 경우도 부모 삶의 결과다.
난 어릴 때 가난에 얽힌 추억이 많다. 가족의 어려움은 전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나왔다. 그 시절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와 주변의 기대를 받았지만, 무능했고, 불성실했으며, 가족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먼저로 여겼다.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며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아버지의 빚을 갚기 바빴다.
어린 날 불우한 추억을 가진 사람에게 잘못을 말할 수 없다. 그게 누구든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고 싶다. 잘 견뎠다고, 수고했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의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핑계로 일탈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 영화나 드라마, 뉴스에 등장하는 절도와 폭행, 가출을 일삼는 청소년이 마치 그들의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불우했지만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선택지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한 건 본인 문제다. 주어진 상황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면 정직하게 살아도 충분히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 남들보다 부자가 되는 데에는 운이 필요할 수 있지만, 가난을 벗어나는 건 정직과 성실만으로도 가능하다.
나쁜 짓을 해서라도 그저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 일단 돈이 많으면 대우받으며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온다. 나이가 들면서 짙어지는 생각 중 하나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순리의 원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누구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건 인생을 두고 큰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