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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Jul 23. 2023

어떤 공간에 관한 이야기

고양이의 마음



핀란드 헬싱키의 밤. 북유럽 특유의 맑은 공기가 어둠을 틈타 도시를 씻기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골목을 촘촘히 밝히는 가로등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아무 곳이나 앉아서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고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은 추억이 될 게 뻔했다. 도시가 주는 아름다움이 내 마음 감동 주머니를 채워 찰랑거린다.
광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연인이 앉아있다.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데, 헬싱키의 밤 풍경이 더해지니 음악이 없어도 선율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이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어떤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을까?’
한 뼘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긴 이야기를 한다.
드넓은 헬싱키 광장의 소음과 빛들이 이 커플에게 향해있는 듯 아름답다.
어쩌면 이 커플은 10cm의 작은 우주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성하고 이끌어 온 인생의 과정을 나눌 수도 있고,
보석보다 아름다운 단어로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밀고 당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우린 그 어떤 대화에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공간을 만들고 이끌어간다.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 공간엔 사랑도 미움도, 때로 기쁨도 슬픔도 생명을 움트고 존재했다가 소멸한다. 사라지지 않은 감정은 사람의 심장에 머물며 한 사람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하지만 분명히 있는
어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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