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소설 - 가느다란 실
3.
'띠리리리 띠리리리’
”헉!!“
요란한 휴대폰 벨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역시 나는 도서관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꿈이다. 전혀 꿈같지가 않다. 커다란 벨소리에 탄성까지 지르며 잠에서 깬 나는 좋은 볼거리라도 된 듯 사람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휴대폰은 계속 시끄럽게 울린다. 누군가 궁시렁하며 전화를 끄라고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울리는 전화기를 들고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있다. 저 안쪽에 그 여자가 있었다. 마침 그녀도 놀란 눈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울려대는 폰을 눈높이까지 올려서 들고 그녀에게 걸어갔다.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은 날 미친놈 보듯 쳐다본다. 벨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당신 누구야! “
그녀 앞에 멈춰 서서 나지막한 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
자신의 앞에 서서 윽박지르듯 얘기하는 내가 무서웠는지 빤히 눈을 맞추고 있던 여자가 머리를 숙인다. 그런데 이 여자.. 휴대폰을 들고 있지 않다. 심지어 보조배터리에 꼽아서 책상 한편에 겹쳐서 올려놓고 있었다. 펼쳐있는 책은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내용이다. 노트에 옮겨 적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멈췄다.
”아저씨.. 저한테 얘기하신 거예요? 무슨 말씀이세요? “
여자가 머리를 들더니 서 있는 내게 의아하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여자가 아니다. 목소리도 말투도 처음 듣는 여자의 소리였다. 꿈에서 들었던 전화 목소리가 아니었다. 순간 내가 진짜 꿈꾼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기 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짐 챙겨서 이쪽으로 나오세요! “
뒤를 돌아보니 도서관 직원 두 명이 서 있다. 내가 소란이라도 피울 거라고 믿고 그새 누군가가 1층으로 내려가서 직원을 부른 것 같다. 소란이 맞긴 하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벨소리를 울리며 공부하는 여자에게 협박하듯 위협을 했으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가방을 들면서 작은 소리로 주변에 머리 숙이며 사과했다. 그때 가방 아래에 아까 보았던 책을 발견했다. <바든피아프의 죽음>. 내가 고르긴 골랐나 보다 싶어 회수대에 놓고 걸어 나온다. 도서관 직원 두 명이 내 양쪽에 서서 같이 계단을 내려왔다.
”근처에 사는 분이신가요? 도서관에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다음부터 이러시면 바로 보안회사나 경찰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네..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
사과를 하며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봤다. 왜인지 계속 모르는 그 번호다. 진동으로 바꾸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진짜 기괴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대낮인데 맥주나 한잔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 맥줏집을 검색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잉 지~~~잉’
그 번호다. 전부 꿈이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전화를 받아 든다.
”여보세요. 이두용입니다. 어디실까요? “
”정말 이두용 씨 맞나요? 당신이 오늘 이 시간에 전화하라고 했어요. “
그 여자의 목소리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조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도서관이 폭발하면 어쩌나. 시간을 너무 지체했는데.
”저기요. 도서관이 폭발한다고 할 건가요? 또 피하라고 할 거냐고요? “
”어떻게.. 어떻게 그걸 알죠? 내가 전화해도 당신이 모를 거라고 했는데.. 당신 이두용씨 맞나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이두용이 맞고 지금 당신이 말하는 얘기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요. 당신이 누군지나 말해요! 당신 이름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아.. 아..“
여자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는지 수화기 너머로 우물쭈물하는 게 느껴졌다.
”제 이름은 김..“
”콰광~~!! 쾅!!“
순간 도서관 1층과 2층이 폭발하며 다시 화염과 연기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화염에 휩싸여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허공에 떴다가 벽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