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글 Oct 31. 2022

영포자가 캐나다에서 취업하다

캐나다가 한국보다 취업이 어렵다고요?

한국에서 영포자였다. 캐나다에서 현지 회사로 취업 잘하고 원어민들과 잘 사는 지금의 이야기를 들으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고등학생 때 영어 성적은 전교 꼴찌에서부터 거꾸로 30등 안에 항상 들었다. 한 학년에 250명 중 30명을 대상으로 영어 특별반을 만들었다. 그곳엔 언제나 내 자리가 있었다.



영어가 싫었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영어가 싫었다. 그렇다고 공부 자체를 싫어했냐? 그건 아니었다. 수능 수리영역에서 수학 1과 수학 2는 만점이었고, 미적분 선택과목에서만 3개 틀렸다. 외국어영역은 5등급을 받았다. 어차피 망할 거 채점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건 깊이 파지만 싫어하는 건 손도 대지 않는 편식이 심한 학생이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더욱더 영어와 멀어지게 되었다. 교양 필수에 영어 원어민 수업이 있었다. 듣기가 너무 싫었다. 결국 C 학점을 받았다. 취업을 위해 토익 점수가 필요했다. 시험을 봤는데 400점이었다. 그때마저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영어를 계속 외면했다.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요리조리 영어를 피해 다니며 잘 살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될수록 영어의 필요성은 증대되었다. 영어 점수가 없으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학원을 다니며 토익 600점까지 올려봤지만, 주변 선후배들 모두 800~900점이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부딪히다

유학과 이민이라는 도전의 시작은 영어로부터 시작됐다. 승진을 위해서도 영어가 필요했고 이직을 하고 싶어도 영어가 필요했다. 언젠가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캐나다 이민 박람회에 가게 되었다. 그때 ‘유학 후 이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유학을 마치면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잘 준비해서 영주권을 취득하면 평생 캐나다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마침 한국의 조직문화에 질려서 어디든 벗어나고 싶던 찰나였고, 유학 후 이민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게다가 유학을 가면 왠지 영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알아보니 ‘유학 후 이민’이 모두에게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유학을 간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30대 이상의 유학생은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사례도 빈번히 있었다.


어차피 양쪽 다 낭떠러지였다. 한국에 살아서 영어를 극복하지 못하나 캐나다에 가서 영어를 극복하지 못하나 결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왕이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유학 후 이민을 가서 영어를 극복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리라 마음먹었다.




용기 내어 도전하다

캐나다 컬리지에 등록했다. 컬리지는 영어와 영주권을 위한 수단이었고, 커리어를 전환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나왔던 지방대 학벌과 나라에서 5년 간 일한 경력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영어를 극복한다면 더 좋은 커리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획이었다. 만약 영어를 극복하지 못한다 해도 영주권 받고 캐나다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준비했다.


다행히 2년 안에 영어로 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캐나다에 발을 디딘 지 정확히 2년 만에 캐나다 회사로부터 고용계약서를 받았다. 게다가 기존의 커리어를 잘 살릴 수 있는 회사로의 취업이었다. 만약에 영어가 두려워서, 또는 이민이라는 도전 자체가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루지 못할 성취였다.


지금까지 회피하기 바쁜 인생을 살았다. 영어를 극복하면 더 나은 삶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뒤집고 싶었다. 살던 대로 살아서는 인생이 바뀌지 않을 것을 알았다. 스스로 바뀔 수 없다면 환경을 바꾸기로 마음먹었고, 그게 이민이었다.



기회가 많다

한국에서는 지방대라 안 되고, 영어 점수가 낮아서 안 되고, 자격증이 없어서 안 되고, 스펙이 달려 안 되고,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도전의 기회조차 없다. 스펙이 모자라면 1차 서류 전형만으로도 큰 도전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선 지방의 컬리지에 다니는 동기들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돈도 잘 벌고 잘 살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캐나다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하던지 잘나고 못난 건 없다. 단지 내가 만족하느냐 만족하지 못하느냐의 차이이고, 만족하는 삶을 위해 도전할 기회는 충분히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컬리지에 대해 듣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