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컬리지의 학점이 쓸모없다고요?
캐나다 컬리지 학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컬리지 입학 담당자도 학점 관리할 시간에 봉사 활동하고 인맥 관리에 중점을 두라고 한다. 과연 이 말이 진실일까? 실제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취업해보니 어느 정도는 동의하나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없다.
학점이 나빠도 취업은 수월하다
이 부분은 100% 인정한다. 캐나다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그리고 부족한 인력을 이민자로 채운다. 그렇기 때문에 학점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성품이 괜찮다면 주저 없이 채용한다. 그래서 학점보다는 레퍼런스를 많이 따진다. 그리고 레퍼런스는 대학교나 컬리지 교수님, 전 직장 매니저, 또는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매니저를 통해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점 관리할 시간에 봉사활동이나 인맥 관리하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챙겨야 한다면 학점보다는 인맥을 통해 받은 레퍼런스가 취업에서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이민 1세대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레퍼런스가 없으면 인터뷰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경력, 학력이 있어도 레퍼런스가 없다면 취업의 문은 좁아진다.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증해 줄 보증인이 없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있는 국가이다 보니 옥석을 가리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레퍼런스를 통한 보증된 인력을 원한다. 그런 이유로 내부 네트워크(가족, 지인, 지인의 지인)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은 가르치면 되지만 사람은 본디 고쳐 쓸 수 없는 법이란 것을 캐네디언도 잘 안다.
따라서, 공부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 인맥 관리에 소홀할 것 같다면, 학점보다는 차라리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의 캐나다 생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학점이 좋으면 취업은 더 수월하다
그렇다면 학점이 전혀 필요 없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학점이 필요 없다면, 뭐 하러 컬리지에 다니겠는가? 공부는 무엇 때문에 하고 시험을 통한 평가는 왜 필요하겠는가? 학점은 그 학생이 대학교나 컬리지를 다니는 동안 얼마나 성실히 생활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만약 학점이 좋지 않다면 성실히 학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학점이 좋지 않아도 취업에 문제가 없는데 왜 학점을 잘 받아야 할까? 한국이나 캐나다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학점이 좋으면 주변에 친구가 모인다. 같은 조를 하면 점수를 잘 받을 것이란 것을 그들도 안다. 1~2학기 때야 누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지만, 1년만 지나면 누가 공부를 잘하고 학점이 좋은지 티가 난다. 3학기가 되어서는 학점 좋은 친구를 서로 못 데려가서 난리다. 그들을 친구라 부르기 뭣하지만, 결국 이것도 인맥이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앞으로 다닐 회사의 사장일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 현재 다니는 회사에 같은 전공 친구의 약혼녀 아버지가 시니어 매니저로 있고, 다른 친구의 아버지가 계열사 사장이다.
또한 학점이 좋으면 교수님으로부터 이쁨을 받을 수 있고, 당연히 레퍼런스 받기가 수월하다. 학생으로서 교수님께 눈에 띄고 이쁨을 받는 방법은 바로 학점이다. 학점이 좋으면 당연히 기회는 더 많이 생긴다. 일례로 과제를 잘하여 교수님으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기도 했으며, 다른 두 교수님으로부터 각기 다른 회사로의 취업 추천을 받았다. 그중 한 곳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학점이 좋지 않아도 취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학점이 좋다면 기회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좋은 회사에서의 커리어 시작과 좋은 복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캐나다 내 좋은 기업/기관은 학점을 본다
학점도 별로고 레퍼런스가 없어도 사실상 캐나다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보니 취업에는 문제없다. 지금 당장 나가서 주변의 건설 현장에 다가가 “나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보자. 바로 다음 날 혹은 다음 주에 출근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건설 현장에도 그렇게 해서 채용된 건설노무자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라 하여도, 고생하면서 일하려고 캐나다까지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왕이면 좋은 직장, 좋은 복지 누리며 행복한 이민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누구에게나 당연히 좋을 것이다. 그런 삶을 위해서는 좋은 기업에 취직해야 한다.
지금 바로 캐나다 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채용 공고를 확인해보자. 그렇게 캐나다에서 학점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학점 커트라인을 채용 조건에 적어놓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은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모든 이력서를 받으면 그걸 다 어떻게 분류하고 볼 수 있을까? 여권 만드는 일만 해도 2달이 걸리는 캐나다에서 몇백 건이 넘는 이력서를 본다는 것은 1년이 넘게 걸릴 일이다.
결국은 많은 이력서 중 원하는 인력을 선별하는 작업에 필요한 것은 레퍼런스와 경력 사항, 그리고 학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님께서 현재 다니는 회사로 3명의 학생을 동시에 추천했고, 영어가 부족한 외국인 학생임에도 최종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학점과 경력이었다.
결국, 학점 관리가 답이다
캐나다 사는 사람도 다 똑같은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 좋아하고 이왕이면 같은 돈 주고 아웃풋을 많이 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당연히 일 못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설령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다 해도 뒤에서 욕을 엄청나게 먹는다. 캐나다 문화 특성상 본인만 모를 뿐이다. 결국, 캐나다도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건 당연한 이치고, 학생으로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학점관리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