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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May 08. 2024

 휴식을 위한 여행

긴 항해 끝에 도착한 9월 중순의 산토리니는 더웠다. 한창 해가 쨍쨍한 오후 세시였다. 수많은 도화지속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고, 땀을 흘리고 선 주인아저씨를 향해 다가갔다. 볕 아래 더 서있지 않게 되어 반갑다는 듯 미소로 반겨주신다.


 더운 열기가 그대로 갇힌 승합차에 올라탔다. 픽업용 차량이 앞뒤로 늘어서있어 숙소로 가는 길은 느릿하기만 하다. 여행자들로 가득해 북적이는 데도 불구하고, 햇살과 더위 거기에 더해진 나른함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기에 묘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차는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갔다. 더운데 또 열어놓은 창문을 향해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어느 여름날, 수업이 일찍 끝난 토요일에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마을 이름은 칼더라도스였고 숙소는 청록색 문을 열고 나가면 하얀 베란다가 나 있는 곳이다. 마침 오후 햇살이 든 방은 덥지 않고 따스했다. 마을은 조용한 듯 조금은 수선스럽다. 짐을 놓고 바깥으로 나오니 시골과 같았다. 곳곳에 크고 작은 길이 나 있고 너른 초원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 풍경이다. 낯선 곳이라도 마음은 편했다.


 섬안에서 다섯 밤을 지낸다. 조용히 마음 편히 쉬려고 정한 일정이었는데 지루하거나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정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꼭 가야 할 곳이나 해야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기대만큼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이 될까.



마을에 있던 파랗고 하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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