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보기가 쉽지 않은 가을 같아 기억 속의 계절이 더 좋은 날을 하고 있었다. 계절은 리듬을 타듯 다가왔다 멀어졌다 한다.
어느 날은 어둡고 쌀쌀맞다. 회색빛 구름 사이로 해가 애매하게 비치면 마음이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빛이 환하게 들듯 하다가 폭 하고 꺼진다. 바깥을 나서면 길을 잃은 듯 갈팡질팡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돌아갈까 하다 그래, 저기까지만 가자. 그 너머로는 추억이야. 지나면 더 좋은 날로 남겠지.
철 지난 금계국과 개망초도 내 마음과 같을까. 민들레가 핀 것도 반갑지만은 않았다. 막 피어나 생생한 꽃 주위로 벌과 나비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아 금방 시들시들 앓게 된다. 꽃은 계절에 지지 않았다.
몸에 맞는 온도를 걸친 듯 산뜻하고 따스한 날. 해가 활짝 나면 반짝임에 눈을 감아도 감은 것 같지 않고 눈자위로 빛이 물결처럼 일렁여 눈은 바다가 된 듯하다. 세상이 밝아 어디를 걸어도 좋다. 나비와 벌이 내려앉은 꽃은 조화롭고 바람의 무게가 살랑살랑 느껴진다. 더할 것 부족할 것 없자 모든 풍경이 마음에 들어온다.
너른 숲 속으로 들어와 하얗게 내린 햇살, 비 멎은 뒤 풀냄새를 실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바람결에 가늘게 몸을 떠는 꽃잎, 나긋나긋 나비의 날갯짓. 그렇듯 좋은 것들은 다 고요하구나.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아직은 따스함이 부족해 날씨가 더 다정했으면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