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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Nov 07. 2024

가을이 짧아도 웃는다면야

툭툭 이파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기나 무게에 비해 거웠다. 지고야 마는 그 마음이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일까. 기둥 없는 꽃과 풀들은 점점 스러져서 작아 사라지고 있었다. 산비둘기와 뻐꾸기 울음소리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낮에는 가을답게 해가 뜨고 바람 불더니 바람은 이제 많이 차워졌. 며칠 전 오후에 나선 산책길에 불던 바람이, 이번 해의 마지막 포근한 바람이었나 보다. 학창 시절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맡았던 계절의 냄새가 코 스쳐가 머릿속찾아왔던 바람.


추수가 끝난 들서 새들이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밭마다 일하는 모습은 더 없고 텅 빈 모습에서 봄이 오기 전까지는 한가할 수밖에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더는 키워내야 할 것 없으니 내리쬐는 햇살도 한가로울 뿐이다. 거기에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더해져 짧아지는 오후 해마저 포근했던 때가 떠올랐다. 골의 겨울 방학은 유독 길었다.


길가의 산국햇살에 담근 듯 노랗다. 너무 샛노래서 색깔에서 향기가 다 나는 것 같았다. 송이에 코를 갖다 대면 언제든 진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좋다. 은행나무는 천천히 각자의 속도로 여전히 물들어가고 있다. 보라색 향유에 앉은 노랑나비 예쁘고, 초록색 이파리 사이사이 주황색 열매가 매달린 감나무 파란 하늘 아래 보기가 조화롭다. 


팔레트에 가장 다양한 색깔웠던 계절이 지워지고 있다. 땅 위를 소복하게 덮은 붉은빛 노란빛 낙엽들이 바람에 날아오르다 뒹굴었다. 스산한 소리고 어둑한 분위기지만 그래 바람이 날 날려버리지만 않는다면 웃을 수 있다. 짧아 아쉬운 계절도 기분으로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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