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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고양이 Feb 20. 2022

독일의 거주형태 (쉐어하우스에서 혼자살기까지)

함께 사는 형태는 좀 더 다양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살까


옥스포드 사의 짱구는 못말려 블록



한국에서 살면서 전원주택에 사는 것은 수도권 변두리가 아니면 조금 힘들지만, 독일이라면 가능하다!

물론 독일 도심 집값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도시 중심가에서 약 30분~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면 짱구네 가족처럼 주택가에서 살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의 선택지는 한국보다 폭이 넓다. 집이 주택인지 아파트인지 빌라인지도 물론 선택사항이지만 독일의 거주 형태 및 한 집의 구성원은 가지각색이다.  


첫번째 선택 옵션은 '혼자 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와 같이 살 것인가'이다. 혼자 살고 싶다면 쉽다. 그냥 혼자 살 집을 구해서 살면 된다.


만약 누군가와 집을 함께 쓸 것이라면 알아둘 점들이 꽤 여러가지 있다. 


우선, 독일은 남자전용 또는 여자전용 또는 남녀 혼성 WG(Wohngemeinschaft, 이하 WG: 여러 명이 각자 자신의 방을 쓰며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WG라고 해서 한국인들끼리만 함께 살거나 특정 국가 사람(예: 영어권 국가, 아랍 국가, 스페인어권 국가 등)들만 계약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학생끼리 살거나 직장인끼리 살거나 아주 드물지만 심지어 동성애자 WG도 존재한다. 아주 대도시가 아니어도 월세가 꽤 비싼 독일의 특성상 이러한 거주형태는 매우 흔하다. 물론 비용을 절약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좀 누군가와 함께 살며 덜 외롭게 지내고싶은 마음도 분명 있을 것이다. 


WG는 목적에 따라 또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단순히 함께 살면서 방만을 공유하는 WG가 있고(Zweck WG: 값싸게 사는 것이 목적인 경우), 함께 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WG(Keine Zweck WG: 함께 요리를 해먹는 등의 이따금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활동을 같이함)가 있다


독일 대학교에는 대학교 기숙사 또는 사설 기숙사가 있지만 독일 회사들은 사택 같은 것을 대부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면 필자에게 DM 주시길. 


필자는 업무 때문에 출장을 매우 많이 다녔는데, 그때마다 장기간 호텔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출장지는 주로 대도시였고 프로젝트에 따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쾰른, 뮌헨, 슈투트가르트 등을 돌아다녔다. 


단기 출장일 경우에도 최소 3일은 현지에서 있었고 장기 출장일 경우 출장지에서 1년 가까이 체류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내 그 장소에만 있는 경우는 거의없고 월요일에 떠나서 주 4일만 출장지에서 지내고 목요일날은 업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서 금토일은 집에서 보내는게 대부분이었다. 아마 가족이 있거나 파트너가 있는 경우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프랑크푸르트의 시가지. 작년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PCR검사 결과가 늦게나와 프랑크푸르트에서 강제 체류하던 중 찍은 사진. 하드 락다운 기간이라 한산한 거리.


아무튼 이런 이유로 직장생활 초반에 나는 한동안 쉐어하우스(WG)에서 독일인들과 살았다. 성격상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누군가와 공간을 나누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독일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매우 많다.  


독일 남자 동거인들은 남자래서 불편하단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내 경험상 (물론 다 그럴리가 없지만) 독일 남자들은 대체로 남녀 간에 얼굴 붉힐 일들은 자기네 쪽에서 먼저 피하는 편이다. 애초에 독일인들은 남녀를 떠나서 각자의 사생활을 매우 존중하고 본인도 존중받기를 원하는 편이어서 서로에게 선을 넘는 일들은 왠만하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남녀라는게 최대한 선을 지킨다고해도 좋아하는 감정같은게 들 수는 있지만, 독일에서 Nein(싫다는 표현, No)은 Nein이므로 당사자에게 거절의사를 분명히 밝혔을 경우에도 계속해서 귀찮게 하는 일은 대부분 생기지 않는다. 아무튼 내 동거인들과 나는 각자 사귀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으므로 우리는 드라마없이 동거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동거인에게 받은 내 생일선물. 이렇게 서로 가족처럼 챙겨줄 때는 정말 마음이 짠하다. 직접 정성들여 쓴 카드와 내가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렛(?) 그리고 책 한 권♥



아무튼 내가 다른 도시로 이사와서 직장을 구한 이후, 가장 먼저 함께 살게 됬던 독일 남자 동거인은 C군이었다. 본인은 전직 축구선수였고 남동생은 심지어 여전히 독일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다. 축구를 뛰다가 부상을 당해 축구를 더 이상 못하게 됬다고 했을 땐 왠지 마음이 짠했다. 


우리는 함께 지내면서 많은 활동을 같이 했다. 정원에서 바베큐를 해먹기도 하고, 아이스하키나 축구를 보러 C군의 친구들과 같이가기도 했다. 독일 사람들은 의외로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사적인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다 들려주는 경향이 있다. 차가워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얼굴이 익숙해지면 금방 친해지기도 하니 초반에 조금 살갑게 대해줄 필요가 있다. 


나는 여태까지 독일에서 지내며 이사를 적어도 약 20번은 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한 도시에서도 무려 1년 안에 여러 번 이사를 다닌 적도 있다. 매번 다닐 때마다 '다시는 이사를 안 가야지'하고 마음 먹다가도 상황들이 혹은 내 역마살이 또 이사 계약서를 새로 쓰게 만든다. 


B양과 함께 살던 집 부엌에서. 부활절 기간이어서 계란같은 것들이 식탁 장식에 걸려있다.

어쨌거나 그 집에서도 1년이 채 되지않아 다시 나왔는데, 딱히 서로 뭔가가 불편했던 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C군이 자기 여자친구랑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됬기 때문에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참에 잘됬다싶기도 했고, 더 도시 중앙역과 가깝고 공간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이사를 간 곳은 바라던대로 매우 넓은 집이었다. 


요즘은 집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던데 나는 첫 직장처럼 단 한 번 WG 인터뷰를 하고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 대란이어서 왠만한 규모의 도시들은 집 구하기가 하나같이 별따기였고 게다가 좋은 가격에 좋은 집일수록 경쟁이 치열했다. 


독일에서 재밌는 점은 이렇게 WG를 구할 때 마치 직장을 구하듯이 면접을 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같이 살 사람을 구하는만큼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지 사전에 면접을 봐서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고, 혹시나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이라면 사전에 사전에 거절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새로 살게 된 집은 무려 120평방 미터에 커다란 발코니 그리고 공동 정원이 있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진 다세대 주택처럼 생겼고, 집 건물 바로 옆에는 축구장이 있었다. 


두번째로 함께 살게 된 사람은 B양으로 독일 여자였고, 나이는 엄마뻘이었으며 (어쩌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다사다난한 인생을 가진 중소기업 사장님이었다. 자식 둘은 모두 따로 살고 있었다. B양은 현재 살고있는 집을 대략 20년 전에 구매했다고 한다.  


매우 박학다식하고 이것저것 흥미가 많았던 B양은 나와 부엌에서 주로 열띤 토론을 하곤 했다. 내가 퇴근 또는 출장 이후 집에 돌아오면 심지어 집 복도에 서서 몇 시간이고 여러가지 주제(주로 시사/정치/기술)들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교환했는데 정말 함께 지내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우리는 둘다 집에 있을 때면 종종 함께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셨고, 요리를 같이해서 저녁을 먹었지만 나는 집에 없는 날이 있는 날보다 많았고, B양은 회사에서 새벽까지(...) 야근을 하는 날이 야근을 안하는 날보다 많았다. 


내가 살던 곳 근처에서 배드민턴 클럽이 있어서 퇴근 후에 운동하기가 매우 유용했었고, 아주 커다란 공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이따금 친구와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했었다. 



내가 B양과 살던 집 근처의 공원. 


그렇게 지내던 나는 점차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면서 출장을 더 이상 자주가지 않게 되었고, 홈오피스를 주로 하게 되었다. 나는 나 홀로 살기 위한 방 3개 짜리 전원 주택(독일은 거실도 하나의 방으로 치기 때문에 사실 방 2개)을 빌려서 살았는데, 집 주인 아저씨가 내 이웃이어서 이따금 함께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곤 했다. 


우리집에서 내 독일-자메이칸 가짜 조카(?) 잘라와 친한 언니와 함께 했던 브런치.


집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던 나였기에 코로나로 변한 일상은 유난히 힘들었다. 특히 재작년부터 작년 초까지 독일의 경우 아주 오랫동안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전부 문을 걸어잠그고 쇼핑조차 힘들었다. 2인 이상 만남이 금지되어 있었고 모든 곳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올해 3월 20일부터 독일에서 코로나 락다운들이 점차적으로 모두 해제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 나는 새로운 분야로 이직에 성공했고 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지만, 여전히 WG를 좋아하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너무 좋다. 


만일 나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많이 탄다면 독일에서 생활할 때 혼자 사는 것보다는 어떤 형태라도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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