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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고양이 Feb 14. 2022

독일 직장인을 위한 혜택은 없다

독일에서 직장인이 된 후, 이제 뭐가 달라졌을까? 

네트워킹 뽐내기 




독일에서 취업을 할 때, 한국과는 다르게 대놓고 회사 내 자신의 인맥을 과시해도 "좋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에 아는 사람이 이미 근무하고 있거나 그 사람이 나를 추천해준 경우 장점으로 작용한다


내 경우는 이미 졸업한 학교 선배가 나를 추천해 준 경우였는데, 이렇게 아는 사람을 통해 면접이 진행 될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워한다. 아무래도 아예 남을 고용하는 것보단 사내 직원의 친구나 지인, 가족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IT회사의 경우, 추천된 사람이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고용이 되었을 땐, 추천을 한 사람에게 상당한 금액을 고마움의 표시로 제공한다. 





점심 식대 지원? 그런거 없다. 




점심값을 지원해주는 경우는 어떤 특별한 사내 이벤트를 빼고는 거의 없다. 워크숍이나 행사로 인해 케이터링 서비스를 불러서 뷔페식으로 먹는 경우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독일 회사에게 공짜 음식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근무 시간에 직원을 위한 간식이나 과일을 제공해주는 경우는 매우 흔하며, 심지어 이따금 '근무 시간에'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도 제공해준다. 


독일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대부분이다. 회사 구내 식당(Kantine)에 가거나 근처 음식점에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 온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왠만큼 크지 않은 이상 사실 이 구내 식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회사가 크더라도 대도시 번화가에 위치한 경우 땅값이 너무 비싸서 구내 식당없이 근처 음식점의 런치 세트를 먹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점심 식대 지원이 전혀 안되거나 아주 부분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보통 점심값을 지원해주는 한국 회사들과 달리 독일은 점심 식대 지원이 보통은 아예 없고, 있다면 5유로 전후의 쿠폰(이런 쿠폰이나 식대를 일부 지원해주는 회사는 구내식당이 없는 경우)이나 사내 구내식당 음식을 할인가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 따라 아예 아무 지원도 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다닌 회사의 경우 구내식당이 있었으며, 뭘 먹느냐에 따라 가격이 0유로(?)에서 10유로까지 들었다. 특이하게도 단지 채식 샐러드를 선택할 경우 무료였는데, 메인 메뉴에 음료를 선택할 경우 구내 식당 점심 가격은 보통 7-8유로(9천원에서 만원) 정도였다. 


베를린에서 근무했을 때는 구내 식당이 없었다. 대부분 몰 오브 베를린(Mall of Berlin)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값으로는 약 10유로(13000원) 정도 늘 썼던 것 같다. 이때는 몰 오브 베를린 푸드코트 거의 전 종목 10% 할인카드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10유로의 지출이 있었다.   


베를린 중심가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레스토랑이 회사를 나가자마자 깔려있었다. 점심 특가 상품은 보통 10~16유로(13000원에서 2만원) 정도로 먹을 수 있다. 


독일 외식값은 한국과 비교해서 비싼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뉴 가격과 별도로 음료와 팁을 추가로 줘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독일 길거리 가판대 또는 레스토랑이 아닌 작은 케밥가게에서 먹는 커리부어스트나 되너는 임비스(Imbiss)라고 하는데 식사라기보단 스낵이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레스토랑에 가는 경우 아시아 음식점에 가서 10유로 미만의 메뉴를 시키더라도 음료(탄산음료의 경우 보통 330ml에 약 3유로)와 팁(전체 계산금액의 10%)를 추가할 경우, 너무나 당연하지만 10유로가 넘어가게 된다. 예: 저렴한 아시아 음식점에서 (특히 저렴한 메뉴인) 볶음 국수 6.8유로 + 콜라 3  = 9.8유로, 여기에 팁을 주면 11유로(15000원)가 된다. 


역 근처에 있는 테이블 회전이 빠른 음식점들이나 본인이 자리로 음식을 가져다 먹는 저렴한 터키 케밥집의 경우 이 팁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 여태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이렇게 팁을 아예 주지 않아도 되는 저렴한 음식점에 가본 적은 없었다. 물론 푸드코트나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패스트 푸드점은 예외다. 



하지만 점심값이란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회사의 지리적 위치(대도시더라도 관광객이 많은 도심인지 교외인지, 역 근처인지 사람이 없는 곳인지)나 회사의 규모 그리고 연봉과 하는 일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한국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 외식비가 비싸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독일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위에서 언급한 아시아 음식점이나 터키 케밥집은 독일의 음식점 중에서 가장 저렴한 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그들을 한국의 물가와 비교하려면 만원 이하의 한국 김밥천국과 다양한 국밥집과 비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되너케밥은 예를들면 김밥 두 줄 정도, 저렴한 임비스 스타일의 아시아 음식은 순대국이나 해장국 정도일까. 


위에서 언급한 것은 매일 비교적 빠르게 먹는 '독일 직장인의 점심값'이었고, 독일의 보통 수준의 레스토랑 식사는 대략 1인당 20-30유로 정도의 금액이 든다. 이는 다른 챕터에서 소개하겠다. 


또한 팁에 관해서도 한마디 하고싶다. 이따금 독일에 관광을 온 한국사람들 또는 주로 아시아 대학생들이 팁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서비스가 아주 개 엉망이 아닌 이상 웨이터들은 못해도 5%, 보통은 전체 음식 가격의 10%를 기대하고 있다. 


아무튼 회사동료들과 점심을 먹고나면 커피는 한국처럼 스타벅스나 어디 주변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 커피머신을 이용해 마신다. 아주 작은 규모의 회사가 아니라면 요즘 독일 회사들은 대체로 원두를 분쇄해 아메리카노 또는 카푸치노 등을 내리는 기계를 설치해 두었을 것이다. 



조금 재밌는 점은 아주 소규모 회사가 아니더라도 독일 전 회사동료로부터 들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그 친구가 방문했던 어떤 회사는 아메리카노만 무료로 제공하고 카푸치노나 카페라떼 등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돈을 받고 파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독일 회사 제휴 혜택




한국 대기업에 근무할 경우 제휴 혜택이 꽤 있다. 휴양지 상품권이라던가 제휴사 할인 등의 혜택 말이다. 


독일은 이런 혜택이 한국과 비교하면 적지만 그래도 있긴 있다. 내 경우 출장이 잦았기 때문에 모든 독일 기차 티켓을 절반 가격에 탈 수 있는 반카드(Bahnkarte 50)가 무료로 제공됬고, 이 카드는 비즈니스 카드였기 때문에 여행 당일 취소하더라도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카드였다. 게다가 시간과 상관없이 목적지만 같다면 아무 기차나 탈 수 있다. 또한 DB의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헤택도 있었다(독일 기차티켓을 2000유로 정도 구매하면 이용가능). 또한 긴 구간의 독일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경우 (아마도 1등석을 자주 끊어서 같기도 하지만) 집으로 여러가지 상품권이 날아온다. 


그밖에도 해외출장이 잦은 경우 비행기 마일리지는 자기걸로 쌓을 수 있다는 장점과 호텔 생활이 잦을 경우 호텔 마일리지도 생각보다 금방 금방 쌓인다. 


비즈니스 출장 중에 만달라 호텔에서의  아침식사 

이밖에도 아디다스 제품의 경우 40% 제휴할인이 수시로 떴는데, 재밌는 점은 중복할인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인 상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상품 가격에 추가로 40%가 할인된다. 


화장품의 경우 키엘이나 바디샵 제품들의 경우 기본 10% 추가 제휴할인이 있었고 여행 관광상품들도 많게는 40%까지 할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출퇴근 자전거'(Jobrad)였는데, 예를들면 2000유로 짜리 자전거를 30% 할인된 가격에 3/5년간 할부로내며 빌려타는 것이다. 3/5년이 지난 뒤에는 저렴한 가격에 그 자전거를 자기가 구입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그밖에도 소소하게 영화관 할인혜택이나 잡다한 것들 할인 혜택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이런 소소한 혜택들은 말 그대로 정말 미미한 혜택인 것 같다.  





독일 직장인을 위한 NO 할인 품목들 




첫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항목은 교통비. 학생이 아니니 당연히 정기권 결제시 일반 금액을 낸다. 문제는 이 비용이 꽤 상당하단 점인데, 함부르크의 경우 한달 교통비 티켓이 가장 저렴한 구간 기준 (월 정기구독이 아닌 월별 결제) 109유로(약 15만원)이며, 베를린의 경우 양도 가능 티켓은 월 86유로, 양도 불가능 티켓은 비교적 매우 저렴한 가격인 60유로 대에 구매 가능하다. 


대학생인 경우라면 제메스터 티켓 가격에 포함되어 매달 지출하지 않아도 될 항목인데다, 나처럼 이동이 잦은 사람이라면 교통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매우 커지게 된다. 대부분 도시들의 일일권이 대략 (6유로~9유로 사이) 1만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학생인 경우 근교 여행을 부담없는 가격에 할 수 있지만 직장인이라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한 매번 추가 교통비가 든다. 사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시내 주차가 어렵다면 일일권을 또 구매해야 한다(...) 


헬스장, 수영장, 볼링, 각종 동호회의 개인/그룹 레슨 비용, 영화관, 레저 활동 등등의 요금들도 물론 일반인 요금을 낸다. 수영장이나 헬스장의 경우 학생이라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한데 이 할인 혜택들이 직장인부터는 사라진다. 운동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연간권이나 못해도 시즌권은 구매하는 것이 좋다.  





직장인의 회사 이벤트




회사마다 물론 다르지만 팀원끼리 친해지기 위해 여러 타입의 이벤트를 한다. 워크숍의 경우 회사 외부 건물 또는 건물을 통째로 빌려서 낮에는 여러가지 프레젠테이션 전달 및 게임이나 의견을 나누고 점심, 저녁은 뷔페를 먹고 술판이 벌어진다. 호텔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흔하며 이 경우 회사에서 한 사람마다 호텔 방을 잡아줘서 밤새 놀고 자고 다음날 집에가면 된다. 이 경우 의무는 아니며 대체로 금요일날 오전부터 워크숍이 진행되면 금요일 오후 6시 전에 정규 플랜은 끝나고 그 이후에 자율적으로 남고 싶은 사람만 남으면 된다. 토요일 오전에는 팀별로 게임을 하거나 여러가지 팀별 레크레이션 활동이 있는데 내 경우 시티 투어와 방탈출 게임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밖에도 회사에서 외식비를 쏘는 경우도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분기별로 있어서 팀 회식을 한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내 경우는 거의 모든 이벤트에 참석을 한 것 같다. 1년에 두번 여름과 겨울에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이 참석하는 대형 만찬 자리도 있는데 이 경우도 정말 재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음식은 물론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같이 춤을 추기도하고, 이벤트 진행 장소가 클럽이나 카지노 같은 곳인 경우도 있었다. 친한 동료들과 함께면 그냥 공짜로 외식을 하고 이벤트를 누리고 근사한 분위기를 즐기는 셈이다.  


        

회사 이벤트로 다 함께 카트를 타러갔다. 

나는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이벤트들을 유난히 즐겁게 보낸 것 같다. 당구, 네온골프와 카트를 즐기기도 하고, 단체 팀원들이 유럽 국가로 워크숍을 2박 3일로 간 적도 있다. 함께 시티투어도 하고 밤새 술도 마시고 잊지 못할 추억들을 쌓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서 그런가 회사생활이라기보다 뭔가 대학교 생활의 연장인 느낌도 아주 많이 들었다. 게다가 내 주변 동료들이 모두 나와 같이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독일인 또는 외국인이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카트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와 스파클링 와인

신입사원 이벤트였던 카트 대회에서는 2등을 차지해서 더 기뻤다. 여름에는 온갖 스포츠 대회도 열린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드래곤 보트를 타거나 마라톤을 하기도 한다. 볼링을 함께 치러 간 적도 있는데 평소에는 잘 못치다가도 그 날은 유난히 첫 판부터 연속 세 번 스트라이크를 치고 시작해서 팀원들이 매우 놀란 적도 있었다. 평소에 열심히 놀아둔 덕에(...) 회사 생활 적응도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위에서 언급한 직장인으로서의 혜택은 적지만 회사에서 받는 현금과 같은 상품권이나 각종 선물들도 쏠쏠하다. 






직장인의 생일




자, 그럼 직장인의 생일은 어떨까? 한국 회사처럼 다니던 회사가 뭔가 축하를 해준다던가 하는 것은 일절없다. 물론 축하인사는 건넬 수 있지만, 생일인 경우 생일인 자신이 케익을 회사에 가져가는게 일반적이다. 


회사에 가져온 생일케이크 중 하나.

그래서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 탕비실에는 여러 종류의 케익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생일인 사람들이 케익을 판으로 굽거나 사서 가져다 둔 것이다. 


몇몇 직원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점심시간이 끝나고 탕비실에 잠깐 모여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자신의 생일을 그 자리에서 함께 축하하기도 한다. 



자기 생일에 자기 생일 케이크를 굽거나 사서 가져간다는게 좀 특이할 수는 있지만 생각해보면 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자기 생일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축하하니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독일스러운 합리적인 사고방식인 것 같다. 




직장인의 네트워킹




직장인의 사람 만나기는 대학 생활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직장 내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기타 다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다. 대학교의 경우 수업이 같기라도 해서 만나는 친구들이 있지만 직장인은 회사 사람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다. 


나는 동네 직장인 네트워킹 모임에도 몇 번 나가보고 동호회 활동도 해보았지만 그 모임 밖으로도 만남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하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만남은 좀 드문 편이고 내가 새로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주 다양한 루트가 있다. 


직장 동료들 중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나 내가 다니던 회사에 아직도 다니고 있는 전 회사 동료들이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나는 전에 다니던 회사의 몇몇과 아직도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고 있는데 이는 독일에서 살면서 기타 여러가지 정보교환에 매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에도 중요하다. 


회사가 아니라면 스포츠 활동을 하다가 친해져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자연스러운 만남인데 내 경우는 처음부터 친구와 함께 스포츠를 하러 갔기 때문에 거기서 또 다른 친구를 사귀지는 않았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사귀다보니 친한 애들중엔 독일 고등학생들도 있다. 야외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보면 친구들이 친구들을 데려와서 알게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포켓볼이나 볼링같은 게임을 하다가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작업걸다가 친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쿨하게 친구로 남는 경우도 있으니 고백을 받으면 그냥 친구로 있자고 제안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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