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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고양이 Feb 15. 2022

독일의 연봉? 얼마를 쓰고 저축할 수 있을까

독일 월급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 외식, 여가를 위한 소비 그리고 집세


독일 사람들의 평균 저축률은 얼마나 될까?  




독일의 인터넷 은행 중 하나인 N26는 50-30-20 규칙을 소개한다(출처: 링크 클릭). 




1. 월 *총 수입50%를 고정지출로 정한다. 이 고정지출에는 월세, 전기/수도/가스/인터넷 등의 부대비용과 빚이 있다면 빚 이자와 원금 등이 속한다. 

(*은행 사이트에는 총 수입이라고 하면서 세금을 포함한 Brutto소득의 절반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셈이 조금 멍청한 것 같네요. 오타 같아요. 세금을 제외하면 금액이 훨씬 적어지므로 세금을 제외한 Netto소득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30%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데 사용한다. 외식과 헬스장 등의 여가생활 휴가로 인한 지출이 여기 속한다.  


3. 나머지 20%를 저축한다. 




다음은 유럽 국민의 세금을 제외한 평균적인 수입인 1473유로(현재 1유로=1360원으로 계산할 경우, 원화로 약 200만원이다.)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예이다. 


위 금액의 50%인 736유로를 기초생활비(라고 쓰고 고정지출이라고 읽겠다)로 지출한다.

위 금액의 30%인 441유로를 취미 및 여가/휴가 비용에 사용한다.

위 금액의 20%인 294유로를 저축한다. 


이렇게 대략 300유로를 저축하면 연간 3.500유로(1유로=1360 기준, 한화 476만원)쯤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은 급히 몫돈이 필요할 경우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평균 저축률이 낮은가를 잘 살펴보면, 독일에서 집이 자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이 경우 총 지출 중에서 월세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다. 집세는 어느 도시에 사는지 또 얼마나 좋은 위치(정거장, 역 또는 공원 등과 같은 주변 부대시설)인지 남향인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겠지만 독일 대도시에 산다면 상당한 비용을 매달 지출해야 한다. 



많은 독일인들이 적정 월세는 자신 월급의 1/3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출처: 폴크스뱅크, 나는 얼마의 월세를 내야할까? Wie viel Miete kann ich mir leisten?, 총 월급의 30% 월세 Die 30-Prozent-Mietregel)


일단 이렇게 빚을 갚는 것도 아닌데 고정지출이 워낙 높다보니, 독일인의 주머니에는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게다가 외식/문화비 같은 여가 및 유흥 지출이 한국보다 훨씬 비싼 것도 한 몫 단단히 한다. 




독일의 외식 및 여가생활로 인한 지출



독일에 사는 내내 유난히 외식을 잘 하지 않는 많은 독일인들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30대인 내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은 주 1-2회로 자주하는 편에 속하지만, 40대 이후의 사람들은 외식 비중이 확실히 적다. 이는 카페를 방문하는 횟수도 비슷하다. 


52% 독일인들이 최소 한달에 한 번 레스토랑에서 괜찮은 식사를 한다고 통계자료는 말한다. 조리된 음식(Warmes Essen)의 경우 54%가 적정 가격은 15유로라고 답했다. 팁에 관해서는 50유로의 음식값이 나왔을 때 13%의 가장 절약정신이 투철한 경우 2유로 미만이라고 답했고, 75%가 2유로에서 5유로 사이라고 답했다. 4%의 사람들이 더 많이 주겠다고 했으며, 3%의 사람들이 팁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피자 체인점 로스테리아의 피자와 와인

사족을 붙이자면 15유로는 요즘에 독일 레스토랑을 갈 경우 조금 나오기 힘든 금액이다. 생맥주 500ml 한 잔에 4-5유로인데 독일의 음식값은 비싼 음식이 아닌 보통 음식이 10유로 초반에서 20유로 선이다. 아무리 음료 딱 한 잔만 주문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외식에 20~30유로가 적정 선이라고 생각한다. 햄버거의 경우 셋트로 가격이 저렴한 가게도 많지만 수제버거라면 세트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고, 단품이 10유로 선인 경우가 많다. 피자의 경우 독일의 흔한 피자 체인인 로스테리아(L'Osteria) 피자 기준 피자가격이 평균 10-14유로 선인데 콜라 3유로에 1-2유로 팁을 주면 17-18유로 정도다. 



인도 음식점 Guru에서.



하지만 내 경험상 외식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자주 하고, 안 하는 사람들은 말그대로 거의 한 평생 안하고 산다.



(이미지 출처: 이미지투데이)



많은 젊은 독일인들의 삶이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10대와 20대는 평소 카페와 레스토랑을 할머니나 엄마아빠 세대보다 훨씬 자주가며(출처: 제네레이션Z, 음식은 *쾌감이 이끄는대로), 많은 미국 또는 비슷한 느낌의 유럽 브랜드의 옷을 사 입는다. 던킨과 스타벅스는 독일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미국 체인점이다. 


(*원문은 Essen nach dem Lustprinzip, 여기서 Lustprinzip은 주로 쾌감원칙/원리(으)로 번역되며 프로이트가 언급) 



과거 카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를 이뤘다면, (물론 지금도 할머니들이 가는 카페는 할머니가 많다.) 이제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들은 어딜가나 독일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매일 커피를 소비하는 18세에서 24세 비율은 25%에서 51%로 증가했으며, 콜드 브루의 판매는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600% 증가했다. (출처: 세대교체, 밀레니얼과 Z세대의 커피


독일의 커피값이 싸다고 하는 사람들은 커피 크레마(Cafe Crema, 보통 에스프레소 샷 한 잔을 길게 뽑은 룽고를 생각하면 된다.) 또는 필터 커피(에스프레소가 아닌 간 원두를 필터에 내린 것, 드립백과 비슷하며 용량 대비 가격이 매우 저렴한 커피다.)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앉아서 마실 경우 3유로 전후 가격이다. 


한국인들이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에스프레스 투 샷에 뜨거운 물) 가격은 가장 작은 사이즈(Tall) 3,39유로(1유로=1360일때 기준, 한화 4,610원)이며 보통 사이즈(Grande)는 3,89유로(한화 5290원)이다. 


내가 즐겨 마시는 프라푸치노의 경우 가장 작은 사이즈가 4,79유로이니 한화 6,514원이다. 하지만 보통 커피 주문시 굳이 Tall로 달라고 하지 않으면 기본 사이즈인 Grande로 나온다(...) 보통 사이즈인 Grande 가격은 5,29유로(한화 7194원)이다. 케익 가격은 보통 조금 크기가 있는 경우 4-5유로이고, 크기가 작은 케익의 경우 2-4유로도 있다. 


한국 커피값이 매우 천차만별이지만 한국도 어딜가나 실내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기본 5000원인걸 생각하면 커피 가격은 꽤 비슷하거나 한국이 조금 더 비싼 것 같다. 국내 대형 카페나 컨셉이 있는 카페의 경우 음료값이라기보단 자릿세로 받는 경우가 많아 아메리카노가 만원 단위로 가는 경우도 있으니(...). 


식음료 가격은 이렇고, 옷값도 대체로 독일이 더 비싼 품목이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대개 미국 브랜드인 경우 독일이 세금 때문인지 값이 조금 더 나가는 편이며(예: 컨버스, 나이키, 토미힐피거, 캘빈 클라인 등) 양말같은 면 제품의 경우도 독일이 품질대비 값이 한국보다 더 나간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비용은 두 나라가 많이 비슷해졌다. 가장 저렴한 시네맥스의 경우 7,9-9,9유로에 팝콘과 음료 가격이 10유로쯤 나간다. 시네스타의 경우도 비슷하며 3D인지 좌석이 앞인지 뒤인지, 주말인지에 따라 각 1유로의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 


프리미엄 극장 아스토어.

데이트하기에 좋은 조금 고급 시네마의 경우 11(주중이며, 2D 그리고 오전이나 이른 오후 요금)-16유로다. 물론 여기서 직장인인 경우 주말 저녁 시간에 3D 영화를 본다면 보통 한 사람당 최소 15유로를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 팝콘과 음료를 마시는 경우 두 사람 30유로에 팝콘값 최소 10유로니 40유로면 약 5만원으로 한국의 프리미엄 극장과 가격이 비슷하긴 하다. 





휴가를 위한 지출 



마지막으로 휴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거의 모든 독일인들이 약간씩의 휴가를 위한 저축을 하고 있다고봐도 무방한데, 이만큼 휴가가 주는 재충전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이안 여행 중의 숙소

나 역시도 독일에 사는 내내 1년에 한국으로 휴가를 안 간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매 년 열심히 휴가를 다니는 사람이다. 또한 여행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매 년 한국에 오면서 짧게라도 동남아/아시아를 들러 여행을 하는 편이다. 


내가 여행에 지출하는 돈은 매 년 차이는 있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포함한 장기 겨울 휴가의 경우 적게는 2500유로에서 많게는 5000유로 정도인 것 같다. 일단 비행기값이 있으니 못해도 기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중에서 700-1000유로가 비행기값이다. 여기에 짧게나마 동남아/제주도를 간다면 추가 경비 및 체류비가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요즘이야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값이 약간 싸졌다고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상황 변동이 잦아 취소 및 변경 수수료에 40~100유로인 PCR테스트를 생각하면 그 돈이 그 돈이 아닐까싶다. 


여름 휴가는 독일 휴가만큼 길게 가지 않아서 보통 일주일 정도를 생각하면 500-1000유로 정도 쓰는 것 같다. 역시나 독일을 나가서 쓰고 오기 때문에 드는 비행기/현지 교통비와 체류비용이다. 


이렇듯 연간 휴가비만 최소 3000유로에서 6000유로가 들기 때문에 월 3-500유로를 휴가 비용으로 따로 모으고 있다. 




그럼 이제 얼마를 저축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더 놀랄 것도 없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독일 직장인이 실제로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매우 적다. 내 친구들의 대부분은 독일 상위 25%에 들어가는 고학력자(석박사 이상)이며 연봉은 전체 중상위권이더라도 세금과 집세 기타 잡다한 휴가 및 여가비용을 제외하면 정말로 얼마 없다(!).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듯 유럽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돈을 한국보다 더 벌거란 생각? 그런 판타지는 모두 접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에서 돈을 더 모으면 모았지 독일에서 비싼 월세를 내며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위 글에서 보다시피 독일인의 대부분이 평균적으로 전체 월급의 20%를 매달 저축한다. 


어느 곳에나 예외가 있듯이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고 노력하는만큼 이룰 수 있다. 언젠가 나의 투자 신념과 철학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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