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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Aug 31. 2023

[논란의 CCUS]⑤찬반 논란 속 CCU의 운명은?

미완의 기술, 낮은 가격 경쟁력(급격히 하락하는 재생에너지 가격), 저장소 확보 문제, 주민 수용성 등 여러가지 난제에도 불구하고 CCU(직접공기포집 포함)가 계속 ‘희망’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탄소포집 기술에 희망을 거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 속에 ‘뭐라고 해보자’라는 뉘앙스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기후테크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는 직접 공기 포집(DAC)에도 투자했다. 빌 게이츠 역시 이 기술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재정적으로 입증하기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상민 고문(우리들의 미래)은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이른바 ‘문제적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국제에너지기구, IPCC 등 권위있는 국제기구의 지지와 만만치 않은 반론 가운데 어느 정도 합의 또는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은 있다. 이른바 ‘hard-to-abate (감축하기 어려운)’ 산업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보다 비싸게 탄소를 포집하고 또다시 석유를 생산하는 흐름은 CCS 업계의 동기에 의문을 갖게 한다”(에밀리 이튼 교수, 캐나다 리자이나대학)”는 지적처럼 기존 화석연료에 호흡기를 대주는 역할이 아닌 시멘트, 석유화학 같이 그야말로 절실한 일부 산업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실제 일부 부문에서는 CCUS 없이는 순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 시멘트 생산이 대표적인 예다. 시멘트는 석회석(탄산칼슘)을 가열해 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기 때문에 상당한 공정 배출량을 발생시킨다. 화석 연료 사용과 관련이 없는 이러한 공정 배출은 전 세계 시멘트 생산에서 발생하는 2.4Gt의 배출량 중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시멘트 생산에 대한 입증된 대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CO2 배출을 포집하고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옵션이다.”


“철강 부문에서 CCUS를 기반으로 한 생산 경로는, 현재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버진 스틸(*광석에서 가장 처음 추출된 쇳물) 생산을 위한 가장 진보적인 저탄소, 저비용 옵션이다. 화학 분야에서는 비료(암모니아)와 메탄올 생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저렴한 옵션이기도 하다” (IEA)


=IPCC(AR6)도 중요한 기술로 인식했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다. 실상 IPCC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즉각적인 메시지는 (특히 전력 부문의 경우) ‘검토된 모든 기술 중 향후 10년간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는 풍력 및 태양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라’는 것이다. IPCC는 전기화 또는 비화석 대체 연료 사용이 가장 저렴한 옵션으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탈탄소화할 수 없는 나머지 화석연료의 배출을 완화하기 위해 CCS가 필요할 수 있지만 배치의 경제적 타당성(economic feasibility of deployment)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IPCC)


IPCC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조안나 하우스(브리스톨 대학)는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정말 제거할 수 없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to reduce emissions we really can’t get rid of”)” 필요하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것보다 뒤처져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의존보다는 ‘이미 늦은 인류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뉘앙스다. 


한편, IPCC의 CCS  평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2022년 4월 6일 <파이낸션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보고서 요약 문서에 CCS에 대한 언급이 추가됐다. <기후행동네트워크> 고문을 맡고 있는 대기과학자인 스테판 싱어(Stephan Singer, 기후행동네트워크는 150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단체다)는 "사우디는 전략을 바꿔 1.5℃에 격렬하게 반대하지 않는 대신 CCS의 암호어(code)인 ‘화석 연료 감축(abated fossil fuels)’이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고 꼬집었다. 



= IEEFE의 브루스 로버트슨도 “시멘트와 같이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산업에서 CCS를 일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한 고려를 통해 임시적, 부분적 해결책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린워싱이나 화석연료 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시멘트, 철강과 같이 전세계 배출량에 큰 책임(13-14%)이 있는 분야에서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탄소 포집 기술이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탄소 포집 기술을 사용하려면 다양한 산업과 비즈니스 환경의 각 응용 분야에 대한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몇 가지 다른 분야에서는 탄소 포집을 임시 해결책으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브루스 로버트슨은 보고서에서 the Quest project 등 5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산업 응용 분야의 CCS/CCUS 프로젝트에서 포집한 전체 CO2 가운데 70~80%를 포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 *(산업 부문) the Quest project (수소) the Great Plains CCUS project (화학제품); the Illinois Industrial CCS project (에탄올), Coffeyville (비료), Abu Dhabi CCUS(철강) 등.]


= 포스코경영연구원 진윤정 수석연구원은 “본질적인 문제는 CCUS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 지나친 기술 낙관주의에 치우쳐서 불확실성이 큰 미래 기술에 현재 감내해야 할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데에 존재한다”며 “최근 정부와 산업계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의 뒷받침 없이 CCUS 기술을 마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만능열쇠와 같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의 역할은 결국 지역∙국가별 최적의 감축수단 조합 측면에서 CCUS의 기여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라며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 민간부문의 참여 확대 등으로 글로벌 CCUS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적용 분야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저장소 확보 등의 여건 고려 시 EU/미국 등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며 CCUS가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공정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수요가 줄거나 대체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이 기술이 필요하지만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처럼 주류를 이루는 화석연료 발전원에 CCUS를 설비하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탄소 배출은 줄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CCUS 운송·저장·압력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적지 않아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2021)은 “포집기술은 화력발전, 철강, 시멘트, 정유/석유화학 등 다양한 적용처가 있으며, 각 적용처(배출원) 및 공정별로 배가스에 포함된 CO2 농도, 배가스의 온도(상온~350°C), 배가스에 포함된 CO2 이외 의 성분도 다양하기 때문에 대상 배출원 및 공정에 적합한 포집기술을 선정하고 해당 공정 및 전체 플랜트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옵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다. 


탄소포집에 필수적인 ‘저장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 CO2 저장소에 대한 탐사·시추가 지연되어 대규모 CO2 저장소 확보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저장소 후보지 도출, 후보지의 유망구조 도출, 탐사시추 지역 선정 및 우선순위 결정 등을 통해 대규모 CO2 저장소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저장소가 없다며 국제 협력을 통해 외국 유전, 가스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에기연의 윤여일 책임연구원은 향후 탄소중립을 위한 3가지 방향을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그리고 CCS다. 구체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100% 재생에너지로 가야 하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수소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탄소포집 기술 활용은 일부 불가피한 산업 부문에 제한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가 핵심 경로라면 탄소포집은 보완재 역할이다. 

(국내외 제철 분야도 ‘수소환원제철’로 방향을 잡고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를 활용한 획기적 기술이다. 포스코는 현재 2035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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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이 아니라 화석연료 자체다.”
“해답은 분명하다. 세계는 공정한 방식으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 석유, 석탄, 가스를 땅속에 놔두자.” (6월1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IEA에 따르면 주요 산업국에서 석탄발전을 늦어도 2030년까지 폐쇄해야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기후솔루션(SFOC) 등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에 따르면 전 세계 79개국에서 2,400개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여전히 운영 중이다.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현재 석탄발전 58기 가운데 노후 석탄발전기 20기를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더 빨라져야 한다.(500메가와트 화력발전소 한 곳에 탄소포집 설비에만 6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각국은 화석연료의 조속한 중단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시멘트와 같은 산업 분야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재정/연구 지원 및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탄소포집은 이 과정, 즉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쇄 과정에서 불가피한 '임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https://alook.so/posts/92t3V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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