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까지는 들어줄 만 했는데 이제는 암모니아다.
맞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 암모니아.
그래도, 탄소 제로 시대를 위해 수소를 마음 한 켠에 담아 둔 기억이 있다면 암모니아도 금방 익숙해질 단어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한쌍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수소처럼 원재료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영국, 노르웨이 등이 선두에 서 있다. 옆 나라 일본도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수소 전략을 수립하며 암모니아 잠재력에 주목한 바 있다. 한국 대기업들도 수소/암모니아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석유와는 다르다. 기술 선점이 곧 자원 선점이나 다름없다"
-SK ecoplant newsroom. 2023.5.
제2의 석유로 주목받는 자원은 수소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암모니아 얘기를 종종 듣는다.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수소에 비해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연료/운송/ 에너지 생산 및 저장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제로 등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소는 저장과 수송이 어렵다. '액화수소'의 경우 수소를 액화하려면 끓는점을 (무려)영하 252℃로 낮춰야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가 너무 커서 액화수소 형태로 운송해야 한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역시 탄소 배출이 없는데다 영하 33℃로 액화가 비교적 쉽고(폭발 가능성 낮춤),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 당 1.7배의 저장용량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소 발전 대비 암모니아 발전 단가는 약 25% 수준으로 저렴하며 이미 저장∙운송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수소 캐리어(Carrier)로 평가받는다. 한편 기존 화력 발전소 시설의 일부를 개조만 하면 암모니아를 활용할 수 있어 ‘좌초 자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와 수소(H)의 화합물이다. 그린 수소가 전제돼야 그린 암모니아도 가능하다. <아래 그림 참조>
SK ecoplant newsroom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그린 암모니아가 수소 캐리어와 무탄소 연료로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암모니아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2022년 782억 6천만 달러에서 2030년에는 약 1,296억 3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연평균 6.5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2022, precedence research).
일부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암모니아 생산은 2020년 현재 1억 8천만 톤이며 향후 수요는 2030년 기준 1억 9천만∼2억 천만 톤으로 예상된다.
암모니아는 농업용 비료·플라스틱·폭발물·의약품 제조, 선박용 탄소중립 연료, 수소 운반체(carrier) 등으로 활용된다. 현재까지 전세계 암모니아의 약 80%는 농업 비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사이 농업에서 벗어나 산업 부문에서 활용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2022년 일본은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어 발전하는 실험에 성공해서 주목받았다.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발전회사 <제라>는 헤키난 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를 혼합해 발전에 성공했다. 대형 상업용 시설에서 시도한 첫 성공사례라고 한다. 이 회사는 암모니아 비율을 올해 20%, 2028년 50%로 비율을 대폭 늘리고 2040년에는 100% 완전 상용 운전을 꿈꾸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7월 3일 보도에서 170년 된 일본 거대 기업 IHI를 조명하며 암모니아를 활용한 연료 개발에 주목한 바 있다. 매체는 "2017년 일본은 국가 수소 전략을 수립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고 그 가운데 암모니아의 잠재력을 강조했다"며 "석탄, 천연가스,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 발전으로 전체 전력의 1%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 혼소 : 混焼 혼합 연소]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미국 기업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아크아 파워(ACWA Power)와 손잡고 '네옴' 시티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공장을 건설, 2025년부터 4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에서 나온 에너지로 약 650톤(일 평균)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재가공해 연간 120만 톤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히 바 있다(2020).
국내 기업들도 암모니아 냄새를 맡았다. 삼성, 현대차, 롯데케미칼, SK그룹, 포스코, 두산 등이 암모니아 생산 및 관련 사업에 투자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서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활용"(전력 부문)을 언급하며 암모니아 혼소율(*)을 2022년 현재 0%에서 2030년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0년까지 석탄 58기 중 노후 석탄발전기 20기 폐지, 암모니아 20% 혼소 발전 추진).
운송 부문에서는 친환경 선박을 위해 무탄소(수소·암모니아, e메탄올 등) 선박 핵심기술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암모니아가 모든 국가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환경 단체들은 기존 화석 연료 인프라의 수명을 연장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암모니아 20%와 석탄 80% 비율로 공동 연소하면 가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복합사이클 가스 터빈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50% 이상의 암모니아를 함께 연소할 경우 아직까지는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이에 대해 IHI의 최고기술책임자인 Nobuhiko Kubota는 "유일한 옵션일 필요는 없지만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것이 탄소 중립을 향한 주요 도구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결국 수소 논쟁처럼 암모니아에 대한 논쟁도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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