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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Mar 08. 2022

아무도 안 계세요?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7화

페이퍼 작성 : 2006년 10월 21일                                      시간적 배경 : 2006년 10월 21   



  오후에 아주 오랜만에 공덕동을 갔다. 그동안 공덕동은 자격증 시험을 볼 때만 갔었다. 그곳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공덕동을 향한 이유는 달랐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까지가 마감인 ‘사막의 별똥별’이라는 드라마극본 공모전에 응모할 작품을 제출하러 간 것이었다. 제출장소는 바로 한겨레신문사 4층에 자리한 ‘씨네21’ 편집부였다. 


* 예전에는 <씨네21> 사무실이 한겨레본사에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씨네21>이 '사막의 별똥별' 드라마 공모전을 주관했었다.

  공덕동으로 되어있는 주소로 인해 평소 공덕동을 가던 대로 지하철에 올랐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사 앞에 도착해서야 매우 낯익은 버스가 신문사 앞 정류장을 거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63번 버스, ‘대한극장’ 앞을 수도 없이 지나다니는 동국대 학생들의 애용버스였다. 

  어찌되었건 도착해서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정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레신문사도 동국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탈진 경사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어떤 곳에서는 1층이 다른 곳에서는 지하 3층이 되는 기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건물 주변을 한참 헤맨 끝에야 겨우 지상 2층에 익숙한 이미지의 정문과 로비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경비가 찾아온 목적을 물었다. 


  “드라마극본을 제출하러 왔는데요.”

  “그럼 맞은편의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십시오. 4층입니다.” 


  이렇게 경비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렸는데… 이상하게도 기자나 직원이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텅 빈 사무실에 몇 번이고 큰 소리로 물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편집부 사무실을 빙 돌아다니며 기자들의 책상은 어떻게 생겼으며 뭐가 놓여있는지를 훑어보았다. 살짝 뒤져본 것도 있다. 그렇게 십여 분을 보내도 끝내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방문한 요일이 토요일이며 직원이나 기자들이 사무실에 자리하지 않는 이유가 주5일 근무로 인한 휴무라는 걸 깨달았다. 


  ‘아, 월요일에 여길 다시 와야 하나?’


  허탈한 마음으로 신문사를 나와 정류장에서 263번 버스에 올라탔다. 무슨 신문사가 주5일 근무를 이렇게 철저히 지킨단 말인가? 월요일에 여길 다시 올 일이 아득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어떠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일할까 하는 호기심에 그냥 다시 오지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그러면서 얼른 버스가 대한극장 정류장에 날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에필로그)     


  위에서 언급한 ‘사막의 별똥별’ 드라마극본 공모전은 그동안 내가 응모했던 공모전들과는 달랐다. 바로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극본 공모전이었다.(현재는 모든 드라마극본 공모전이 미니시리즈 부문을 만들어놓아 16부작 이상의 드라마극본을 접수받는다) 물론 단막극 공모전도 병행하긴 했지만 여기야말로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모전이라고 여기고 취업과 공무원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의욕적으로 도전했다. 

  일단 2005년 2학기 ‘TV드라마입문’ 강의에서 만들어놓은 16부작 미니시리즈 시놉시스와 1회 대본이 있었기에 2부만 쓰면 공모전 측에서 요구하는 응모기준에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10월 한 달은 실습실에서 한편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회 대본을 쓰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물론 결과는 미역국이었다. 대신 동국대 국문과 출신의 선배들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 선배들의 이력을 보고는 난 심각하게 3사 방송아카데미 입학을 고려했다. 그분들은 모 방송사의 방송아카데미 드라마작가 과정반의 수료자였던 것이었다. 물론 이런 드라마극본 공모전은 아카데미 출신들이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자신을 가졌던 16부작에서마저 좌절을 맛보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8장 에필로그에서 밝힌 바대로 현재는 드라마극본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 열심히 드라마를 시청하고 연구해서 소논문을 쓰거나 강의시간에 풀어먹는다.      


* 대학원 후배가 몇 년 전에 이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먼 옛날 나도 도전했던 공모전이라 그 친구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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