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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유우 Nov 02. 2022

11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때가 있었다. 

겨울이 오면 겨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며 슬퍼하고,

봄이 오면 눈 부신 꽃나무에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피했다.

여름엔 좋든 싫든 꼭 바다를 봐야만 직성이 풀렸고,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 물드는 것을 눈에 가득 담아야만 했다.

확실히 봄보다는 가을의 색깔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는 계절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고개는 하늘을 향했지만, 분명히 그 계절이 아닌 그저 하늘을 바라본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삶을 버텨내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낙엽이 물들고 있었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나, 올해의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다.

2022년은 잡생각으로 1년을 날렸다. 생각 속에 갇혀있던 것같다.

어쨌든 힘들었던 한해를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틴 게 잘한걸까.


2022년을 끝으로 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2023년을 잘 살고 싶어졌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일보 후퇴였을 것만 같아서,

지옥같아 보이는 이 삶에 다시 한발짝을 걸어봐야 겠다.

분명하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분명하게 나도 이젠 내가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행하지만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는 다시 계절을 바라볼 힘이 생기기를,

봄이 주는 따스함을 이제는 받아들이기를,

여름에는 무리해서 바다를 보러 가기를,

가을에는 낙엽 하나하나 그 색을 관찰하기를,

겨울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분명히 봄은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당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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