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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onicalimco May 03. 2022

생일 케이크에 불어보는 소원

여러분은 지금 무엇에 꽂혀있나요?

“인서야, 생일 케이크 초 불 때 무슨 소원 빌 거야?


다가오는 생일을 앞 둔 큰 애는 대답했어요:

“포켓몬 가오래 카드 별 5개짜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게 해 달라고”

망설임 없이, 고민 없이, 구체적인 답변이 바로 나오는 걸 보고 웃었죠...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문득 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케이크가 눈 앞에 있다면 무슨 소원을 빌까?


망설임 없고, 부담 없이, 지금 꽂혀 있는 것만 생각한다면 전 크리스찬 디올 풀 아웃핏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좋겠더라고요. 명품에 관심이 별로 없던 저였지만 얼마 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디올 패션쇼를 보며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과하지 않고, 여성스럽고, 고급지고... 너무 예쁘더군요. 견물생심이라고, 눈 앞에서 한번 보니 갖고 싶어 지더라고요.


물론 장인들이 한땀 한땀 만드는 명품인만큼 퀄리티도 높고, 더 예쁠수밖에 없다고는 늘 생각했죠. 둘째 언니 또한 에르메스 코리아에 다녔었기에 명품 업계를 보다 잘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깊은 철학만큼 하나의 아이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긴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럼에도 명품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가격 대비 제게 활용성이 낮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가격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최근 스프링 클리닝을 하며, 안 입는 옷을 50리터 봉지로 한 3개는 빽빽하게 채워서 버렸던 거 같아요. 마흔이 된 이후 이제는 너무 짧아서 불편해진 옷들뿐만 아니라, 그냥 거의 새 옷인데도 안 입게 되는 옷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 1달 동안 입는 옷을 하루하루 기록해 보았습니다. 기록한 것을 모아 확인해보니 제가 자주  입고 다니는 옷들은 제가 싱글이었을 때, 아끼지 않고 돈을 썼을 때 샀던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저렴하게 샀던 옷들은 잘 안 입게 되고, 조금 비싸지만 맘에 쏙 들어서 샀던 그 옷들은 거의 매일 입고 다니더라고요. 다 비싼 것들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들을 주로 입는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맘에 쏙 드는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죠. 10년 전에 샀던 막스마라 그린 재킷, 11년 전에 샀던 네이비 띠어리 카디건, 10년 전에 샀던 DVF 블랙 스커트, 5년 전에 샀던 체크무늬 자딕 셔츠...


넷플릭스에서 한 때 인기있었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미니멀리즘과 함께 급부상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작년에 저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옷장정리를 하면서는 다른 문장이 생각나더군요. “설레게 하는 것을 사라.” 나의 마음에 쏙 드는것,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리는 아이템들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거죠.


최근 주방 가위를 저렴한 것을 쓰다가, 독일 제품으로 바꿨는데, 쓸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일반 가위보다 한 세배 정도 가격이 나가지만, 매일 쓰는 제품, 5만 원 안으로 갖게 되는 매일 즐거움. It’s worth it! totally worth it!


소원은 내년에 빌어보는 걸로 하고.

우선 디올 매장에가서 맘에 쏘옥 드는 걸로 질러볼까 생각 중입니다.


여러분은 바로 앞에 있는 케이크를 두고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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