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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워치 Feb 15. 2022

약하게 태어난 나

선천적으로 심약했던 나, 지금은 그런 내가 마음에 든다


나는 선천적으로 심약하게 태어났다. 

어렸을 때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자주 열이 펄펄 나서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감기약을 먹고 식음 땀을 흘리며 하루 종일 잠을 잤던 기억들이 있다. 

어느 날은 꿈을 꾸고 깨어보니 내가 자던 방에서 다른 방으로 바뀌어 있던 게 아닌가? 잠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다녔던 것이다. 마치 몽유병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랑 같이 잤었는데, 가끔 할머니는 내가 잠자면서 자꾸 돌아다니려고 해서 걱정을 하시면서 우황청심환을 – 할머니의 만병통치약 – 절반을 떼어 먹여 주시곤 했다.

아끼고 아끼면서 조금씩 떼어주셨던 우황청심환의 쌉싸름하면서도 끝에는 살짝 달콤한 맛, 그리고 흙냄새가 나는 그 특유의 향기는 아직도 그 당시 할머니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선천적으로 살이 잘 찌지가 않는 체질이다. 

내 키는 173cm인데, 나이 40이 될 때까지 몸무게가 거의 60kg 이하, 50Kg대 중반을 유지했다. 60kg을 넘긴 적은 군생활 때뿐이다. 

그렇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힘이 필요한 경우라든가, 학창 시절 체육시간 때 등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물론 살을 찌려고 노력을 해본 적도 있었다. 

헬스를 꾸준히 하면서 단백질 보충제 셰이크를 열심히 먹었더니 살이 좀 쪘다. 

단백질 보충제 셰이크는 기본적으로 맛이 없었다. 인공적인 바닐라 향신료의 냄새와 마시고 나면 거북한 느낌까지 들었지만 열심히 마셨다.

그래도 나름대로 살찌고 3개월가량을 유지했는데 헬스라는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꾸준히 하지 못하니 결국 원래의 저체중으로 돌아왔다. 





기관지도 많이 좋지 않은 편이다. 

봄이면 비염 때문에 코가 막히거나, 겨울이 오거나, 심지어 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두는 경우에는 기침을 많이 한다. 아니 기침을 거의 달고 사는 기간이 더 많다. 


나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피곤한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 예민한 성격이다 보니, 조금만 계획한 것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주로 위염이나 장염으로 이어졌고,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되어 결국에는 정신적인 부분 - 공황장애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증상 - 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예민하지만, 약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내 나이 40이 되어서야

이제는 그런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런 내가 지금은 마음에 든다.




앞으로 쓸 글들은 이런 내가 어떻게 힘들었는지, 하지만 어떻게 극복하고 지내오는지를 쓰려한다.

그러한 삶의 힘듦과 극복하려는 순간순간들이 모두 모여 나의 삶을 충실하게 채운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모두가 고충이 있고 삶은 힘든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다양한 색깔로 물들고 뒤돌아 보면 꽤나 괜찮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독자들의 삶은 나의 이야기보다, 그리고 그 어떤 영화 속의 멋진 주인공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고 찬란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다. 독자들 또한 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들만의 찬란한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기대하며 내가 좋아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공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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