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워치 Nov 05. 2023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해 버렸습니다

러닝인생 4년차, 드디어 동아마라톤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했다

'40세 러너에게 풀코스 마라톤이란?'


나에게 풀코스 마라톤 언젠가는 뛸것이라는 막연한 미래같은 것이었다.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이 '언젠가 어른이 되면 결혼도 하고 돈도 벌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과 비슷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주변에서 가끔 기대를 하는 눈빛으로 내게 물어보곤 한다. "풀코스 마라톤도 뛰세요?"

그럴때면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하하, 풀코스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아직 안해봤습니다."

"한번 나가면 4~5시간 넘게 걸려서 쉽지가 않거든요, 그렇지만 언제간 한번 나가볼려고요."


돌이켜보면 아직까지 나는 아직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할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뛰면 결승점까지 한번도 걷지 않고 여유있게 도착하고 싶다. 물론 걷다 뛰다 하면서, 중간에 휴식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착하는 분들의 노력과 의지를 저래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러닝, 마라톤이라는 것을 하는 이유는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42.195km를 달리는 것 자체, 풀코스 마라톤의 완주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별다른 노력이나 준비없이 참가해서 정신력으로 완주하고 끝나는 것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오히려 대회 참가비와 그 시간이 아까운 것이다.


풀코스를 도전하는 것은 앞으로 그 대회를 뛰기전까지 열심히 운동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추어 몸을 만들어나가는 재미와 그에 따라 건강해지는 것들. 그러한 과정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정신과 신체 모두 건강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회 당일날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은 장거리를 끝까지 즐겁게 달림으로서 성취감과, 재미, 스트레스 해소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지, 그 과정에서 정신력을 테스트하고 극도의 고통을 기대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40살의 불혹의 나이이고 두 아이의 가장이기 때문에 굳이 정신력을 테스트하거나 고통스럽게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더더욱 풀코스 마라톤 대회의 신청은 나에게는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풀코스 마라톤, 할만 하겠구나'


2023년 가을 어느날 서울레이스라는 어느정도 이름있는 메이저급 대회의 하프코스 대회를 뛰었다. 그날은 조금 흐리긴 했지만 온도가 매우 좋았고 수많은 참가자와 서포터들과 함께 서울 도심 한복판을 뛸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대회 코스 16~17Km지점은 역시 하프 코스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그날도 그 지점에서는 '아, 역시 풀코스 마라톤은 아직 절대 신청하면 안되겠구나' , '하프코스도 힘든데,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하는 것은 미친 짓이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데 그 지점을 벗어나고 19~20km 지점이 다가오니 오히려 힘이 남아돌았고 더 빠르게 마지막 스퍼트를 하면서 기분좋게 골인 할 수 있었다. 완주 후에도 전혀 힘들지가 않았고 오히려 '아, 좀더 빨리 뛰어봐도 됐겠구나', '평소보다 많이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풀코스 마라톤도 문제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앞으로 신청할 수 있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 일정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2024년 3월에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서울마라톤 대회(동아 마라톤 대회)일정이 있었다. 앞으로 4달 정도가 남아있는 일정이라서 준비할 시기도 적당했다. 하지만 최근에 워낙 높은 마라톤의 인기 때문인지 풀코스 대회는 벌써 마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뛰어 보겠다는 열의가 매우 높았다. 자주 예매 사이트를 기웃거렸고 어느 마라톤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서 '가끔 대회를 예매하고 취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운이 좋으면 신청할 수 있다'라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일주일 뒤 누군가 취소해서 잠시 예매가 가능한 상태를 발견했고 결국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렇다, 결국 이렇게 나는 막연히 언젠간 뛰겠지라고 생각했던 풀코스 마라톤을, 그것도 메이저 대회인 서울마라톤(동아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첫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


내 나이는 어느새 40이 되었다. 윤석렬 정부의 만나이 개정을 적용해서 정확히 40세이다. 그 동안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결혼, 출산, 가족들과 여행, 새로운 회사로 이직, 새로운 만남들..그렇지만 30대 후반이 되면서 특별히 설레게하는 것들이 많이 없었는데 풀코스 마라톤 대회의 참가한다는 사실은 나를 굉장히 설레게 한다.


결혼하고 두 아이의 아빠이다 보니 평소 달리기도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뛰었다. 그렇다 보니 대회 참가는 나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특히 풀코스 마라톤 대회는 예상컨데 주말에 최소 7~8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였을까? 대회 참가를 매우 신중하게 할수 밖에 없었다. 마음 한켠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회를 나가면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뛰면서 그 시간을 더욱 가치 있고 보람될 수 있게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 오려고 했던 것 같다.


풀코스 마라톤 참가는 언젠가는 하겠지라는 막연했던 상상을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바램대로 마지막까지 걷지 않고 뛰면서 힘들지 않게 마무리를 할 수도 있겠고, 반대로 힘들어서 걷거나 쉬면서 고통스럽게 완주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과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달리기를 해왔던 이유처럼 즐겁고 재미있게, 건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대회 준비를 잘 해보아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딸아이의 스케이트 수업시간을 함께한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