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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워치 May 02. 2024

풀코스 마라톤 완주의 감동

우리가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이유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이른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곧 그치는 날씨였다. 혼자 출발하지라 첫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러너들로 광화문 광장이 가득했다. 오프라인 마라톤을 몇번 참석해 보았지만 동아마라톤의 규모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각양 각색의 크루들과 응원 현수막들. 그리고 곳곳에서 스트레칭과 몸풀기를 하는 모습들로 열기가 가득하였다.


나는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자리잡고 마라톤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추최측이 준비한 택배트럭에 짐을 맡겼다. 이미 전날 자기전에 무릎과 발목에 테이핑을 꼼꼼히 해두어서 크게 준비할 건 없었다. 그리고 광장으로 다시 내려가서 스트레칭과 몸풀기 조깅을 시작하였다. 왠지 완주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 한가지 염려는 부상인 왼쪽 발목이었다. 2주전 LSD 훈련에서 탈이 나서 계속 뛰기만 하면 발목이 아팠기 때문이다. 




드디어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엄청난 인파들과 함께 출발했고 목표 페이스는 6분 20초대로 안정적으로, 걷지 않고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해서 4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많은 러너들과 함께 뛰었고 10Km가 지나자 페이스가 비슷한 사람들과 저절로 그룹이 형성되었다. 서로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뛰어 나아갔다. 하프코스까지 별다른 어려움없이 2시간 13분 (619페이스)의 기록으로 뛸 수 있었다.


하프코스 지점부터 페이스가 다운되서 걷거나 느려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나는 계속해서 거의 이븐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뛰었기 때문에 특별히 뒤쳐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간중간 급수와 물 스펀지, 그리고 챙겨온 파워젤을 먹어가면서 체력을 유지했다.

한가지 페이스에 아쉬웠던 점은 중간에 화장실을 들려야 했던 점이다. 다행히도 간이 화장실을 크게 기다리지 않고 쓸수 있었지만 3~5분 정도는 시간 손실이 있었던 것 같다. 




30Km 지점부터는 정신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32Km까지는 LSD 훈련을 해봤긴 했지만 지금 페이스보다는 느리게 훈련했던 것이고, 아직도 12Km를 더 뛰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오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합소리를 넣어가면서 서로를 응원해주는 러너들과 이름도 알지 못하는데도 목청껏 응원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 


35Km 지점에서 잠실대교를 건너야 하는 오르막길은 상당히 어려운 구간이었다. 몸에서는 페이스를 늦춰야 된다고 계속해서 머리로 협상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이미 알기라도 한듯 수많은 응원단이 잠실대교에서 크게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나의 배번표에 적힌 이름을 불러주면서 까지 화이팅을 외쳐주는 사람들 때문에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계속 밀어 붙일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는 다리가 무아지경 상태로 접어든 것 같다. 몸에서 힘들다고 하는 신호들은 무시하고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한번이 아니라 골인할때까지 계속 그랬다. 이유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큰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인생에서 꽤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결승선까지 이븐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골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 목표로 했던 620페이스를 정확하게 맞추면서 골인하였다. 완주도 기쁜데 기록까지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성취감으로 인한 행복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나를 포함해서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 풀코스 마라톤은 매우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42Km를 제대로 준비도 없이 도전하기에는 4시간이 넘는 시간을 고통속에서 달려야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리가 없는 것이고, 또 제대로 도전할만한 몸을 만드려면 수많은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면 나같이 회사도 다니고 가정도 있는 사람들은 오버트레이닝의 위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좀 뛴다하는 사람들은 결국 오버트레이닝으로 발목, 정강이, 무릎 등에 부상의 경험이 꽤 많다.




나는 풀코스 마라톤에 또다시 도전하기로 하였다. 풀코스를 뛸때의 가슴뛰는 감동을 잊을 수 없어서 이기 때문이다. 도전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준비하면서도 즐겁고, 뛰면서도 감동이다. 나의 가을 풀코스 마라톤 이야기는 어떻게 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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