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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워치 Feb 18. 2022

아빠는 아빠가 처음이야

내 삶이 내게 처음이듯이

나의 육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육아 – 각종 부수적인 집안일 포함 – 의 정도는 엄마와 아빠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실상 엄마의 육아는 아빠의 육아보다 힘들다. 본능적으로 아이들이 기대하는 정도가 엄마에게 더 많다. 또 엄마가 생각하는 육아의 여러 가지 기준은 아빠의 기준보다 더 높은 편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체로 그렇게 느껴진다. 아빠라고 해서 인터넷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생기는 일들처럼 무책임하게 방치하거나 장난처럼 육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오죽하면 이런 짤방이 돌아다니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나 싶기도 하다. 본능적인 엄마의 자식을 돌보고자 하는 DNA 영향이 있을 것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 나는 육아의 초점은 일단 엄마의 육아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도록 챙기는 것, 그리고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것들 - 예를 들면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나, 블록놀이를 하는 것들, 함께 쿠키를 굽는 것들 - 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육아는 단순히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 이상으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커가는 모습들, 즐겁고 행복해하는 순간을 같이 공유해주고, 힘들고 괴로워하는 순간들도 같이 위로해줌으로써 나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돌아오는 행복과 재미도 더욱 크다.


아이에게 풍기는 분유 냄새, 기저귀 갈 때의 오묘한 향기, 발이 들어갈까 싶을 정도로 작은 양말, 무슨 뜻인지 절반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옹알이, 별것 아닌 것에도 즐거워한 웃음소리들은 나의 장기 기억장치에 저장되어 있고 가끔씩 꺼내어 생각할 때마다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첫째는 딸인데, 성격이 나를 닮아서 – 하필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한 점들을 닮았다 – 예민하면서 욕심도 많은 것 같다. 뭐든 혼자서 완벽하게 하는 것을 원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를 많이 닮았다.

둘째는 아들이다. 아들, 딸이면 100점이라는데, 나는 딸, 아들, 200점이다. 나는 운도 좋은 아빠이다. 아들이지만 성격이 온순한 편이고 애교쟁이다. 첫째가 엄마, 아빠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고, 둘째는 비교적 온순한 편이라 처음에는 첫째에게 들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둘째에게는 조금 소홀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그렇다. 첫째는 둘째보다 말도 잘하니, 이 책, 저책 읽어달라고 재촉한다. 그래서 읽어 주다 보면 둘째는 혼자서 조용하게 그림책을 보고 있다. 지금은 둘째가 네 살이 되면서 말도 많아지면서 책도 읽어달라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서 자주 책을 읽어주지만 그전에는 그렇지 못해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장난감도 그렇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장난감이 첫째 위주이고 둘째 장난감은 주로 첫째가 사달라고 해서 사줬던 장난감들을 같이 쓰게 된다. 첫째가 내 장난감이라고 뺏어버리면, 둘째는 다른 장난감을 찾아 놀곤 했다. 지금은 둘째가 오히려 전부 자기 장난감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첫째인 누나를 울리거나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졌다.

장난감을 사줄 때마다 똑같은 것을 두 개씩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로 자기 것이라 싸울 때에는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어도 누가 먼저 놀았다고 하기 힘든 애매한 순간들이 많다.


처음에는 싸우면 장난감을 버려버리겠다고 엄포도 놓아보았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 고민하다가 유명한 육아서적과 유튜브를 참고해보니 아이에게 협박하면 안 된다고 하길래, 지금은 서로 양보하라고 말로 중재를 해보고는 있지만, 그럴 때에는 부처님이 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도 원체 성격이 예민하고 급한 편이라 바로바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된다. 하지만 육아는 화낸다고, 급하게 한다고 해서 도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결국 아이로부터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오더라.

내가 화내면 아이도 성을 낸다. 내가 인내심을 가지면 아이도 인내심을 가지게 된다. 마치 거울과 같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아이를 돌보면서 요즘도 화를 내는 경우가 꽤나 있지만 이런 점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점차 화를 내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었다.

늘 육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고민하는 이슈들이 계속 달라진다. 요즘에는 첫째가 성장할수록 교육과 관련된 고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정답이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잘 다스리면서 가꾸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마치 인생과도 같다. 정답이 없다. 급하게 바로 결과를 내보려고 해도 아웃풋은 오히려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느긋하게 가꾸며 나가다 보면 결국 괜찮은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나 스스로를 완만하게 잘 다스리면서 가꾸어 나가는 것, 다시 말해 남들과도 너무 비교하지 말고, 사회 트렌드와도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너무 채찍질하지 말고, 때론 느긋하게 나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꾸준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육아를 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생의 가치관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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