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그런 것일지 몰라, 우리가 지속적으로 어제에 몸담았던 세계를 서서히 빠져나가기 위한 연습
왜 그런 것을 하느냐면...
내가 가지고 있던 머릿속의 낡은 가치관이나 나에 대한 정체성의 제약들을 포함하는 어제의 세계를 그만 벗어나가고픈 충동이 있기 때문이겠지.
야외테이블을 샀는데 일주일째 비소식이 있었다.
햇빛아래 펼쳐지고 싶은 야외테이블이 담쟁이덩굴이 뻗어나간 담장 위로 접혀 있다.
나의 통제밖에 있는 기류로 생긴 갈색 야외테이블 위의 빗방울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어떤 소속감으로부터 의 자유를 누리면 인간은 공허할까, 아니면 생소할까...
아니면 이 모든 낯선 삶의 형태에 다시금 외로워질까...
어떤 사람과의 대화에서 외로움이 느껴졌더라면 그것은 내가 가진 외로움일까,
그 사람의 외로움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우리가 나눈 대화 속에 드러내고 싶은 것보다 감추고 싶은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이러한 쉬지 못하는 생각들을 지탱할 수 있는 아주 견고한 사물이 원형의 테이블인 것 같았다.
어떤 것 때문에 외로워지고 있다면 나라는 범주밖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 때문일지도 몰라.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외로워지고 있다는 것은 정작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온 삶의 행태 속에 내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겠지
가장 근원적으로 빗나간 나의 삶은 외부로부터 따돌려지는 것 같지만
처음부터 내가 나의 것을 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인과일지도 모른다.
나의 삶의 작은 실오라기 같은 고양감마저 없다면 날파리처럼 뛰어드는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에 금방 휘청거릴지 모른다.
자연 앞에서든, 일상의 걸음 속 무지개를 보다가, 혹은 바람에 불어오는 꽃향기에서든,
문득 자신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고양감은 근원과 연결되어 있고. 그곳이 나의 영혼과 마주하는 유일한 길목일지도 모른다.
비가 거세어지는 방안에는 고소한 맥문동향으로 가득 찼다. 영혼이 나와 연결되어 있을 때의 경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내가 아닌 것들로부터 떠나는 연습을 하는 것까지 실로 광대하다는 생각에
밖에서 들어오는 빗소리에 몸을 의지하고 일주일 동안 나의 삶 바깥을 배회한 나의 영혼을 꼭 끌어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