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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브 Syb Jun 04. 2022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랜드마크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안토니 가우디가 전부는 아니야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마도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축가 중 한 명일 안토니 가우디의 대표작은 바르셀로나를 넘어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사실 건축학도의 입장에서 보자면 건축사적 관점에서 보다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그걸 도시 전체적으로 구현해내어 성공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사례가 보다 흥미롭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 독특하고 파격적인 형태와 섬세한 디테일 덕에 유명세를 얻었지만, 구조와 형식의 관점에서는 그 당시 흔히 지어지던 네오고딕 성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안토니 가우디가 흥미롭고 대단한 점은 자연과 다양한 문화로부터 얻은 모티프를 융화하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확고한 스타일을 정립했다는 점이다. 굳이 건축사조로 분석하자면 기하학적 모티프와 대담한 원색 컬러의 사용이 그의 사후 30년 후에나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 계풍과 비슷하니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건축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그의 커리어 전성기에 만난 후원가 구엘 백작은 바르셀로나가 안토니 가우디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은 여타 예술과는 다르게 건축가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는 게 어렵다. 건축주의 역할이 작품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건축상이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에게도 함께 수여되기도 한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건축주를 만나는 것이야말로 많은 건축가에게 꿈과 같은 일일 것이다.


구엘 가문의 후원에 힘입어 자신만의 건축을 가감 없이 펼칠 수 있었던 안토니 가우디는 오늘날 바르셀로나에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이끌어온다. 이 '건축가가 도시의 얼굴이 된' 케이스는 관광 도시의 성공적 사례로 많은 도시들이 벤치마킹했는데, 대표적으로 스페인 도시 발렌시아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브라질리아의 오스카 니마이어 등이 있다.


이렇듯 안토니 가우디의 위상이 어마 무시한 바르셀로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안토니 가우디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의 원조 예술 도시로 콧대 높은 바르셀로나답게 아름답고 건축적 가치도 높은 장소가 많이 있다. 가우디 투어에 하루를 투자했다면 하루 정도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찾지만 보석 같은 장소들을 탐방해 보는 건 어떨까.


건축학도에게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를 묻는다면 아마도 50 대 50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이곳을 떠올리지 싶다. 바로 르 코르뷔제와 함께 반론의 여지없는 모더니즘의 거장으로 거론되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다.


사실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탓에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Pavelló Alemany,  독일 파빌리온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밀라처럼 대중적인 바르셀로나의 필수 관광 코스는 아닌 탓에 평일에 방문하면 아주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공간을 만끽할  있다. 바로 근처에 CaixaForum Barcelona  역사적인 건물과 문화예술공간이 모여있고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에 관심 가는 곳을 골라 묶어서 다녀오기도 좋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맞은 편의 CaixaForum Barcelona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통해 순수한 공간 그 자체를 구현하고자 했다. Less is More라는 그의 유명한 프레이즈에 걸맞게 실제로 방문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최소한으로 절제된 공간 표현의 극치를 보여준다.


벽과 슬라브, 기둥이라는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희미하고 모호하게 얽혀서 공간의 경계와 의미를 생각하고 곱씹게 만든다. 안쪽 수공간에 놓인 게오르그 콜베의 조각상 '새벽' 푸른 대리석벽의 조화, 그리고 천장 보이드가 담아내는 빛의 계절감 등은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설파하는 듯하다.


살롱을 가르는 붉은 오닉스 벽은   자체로서도, 오브제로서도 존재한다. 하중을 떠받치는 역할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벽은 최소한의 면과 선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있으면서  화려한 무늬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냥 거실에 놓인 하나의 추상화 같기도 하다.


파빌리온 뒤로 이어지는 통로에 서서 조각상을 바라보면 공간이 무한히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벽이 갖는 연속성이라는 특질, 그리고 소실과 중첩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각상을 향해 길게 뻗은 여러 개의 벽이 조각상이라는 점에서 소실되는 것을 연상하며 실제로는 이어져있지 않는 벽을 우리는 감각으로 계속시킨다. 벽과 지붕 등의 실체에 의해 정리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통로를 돌아 다시 앞으로 나오면 커다란 수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파빌리온을 뒤덮은 얇은 지붕 슬라브와 대치되는 스케일의 거대한 수공간은 지붕 슬라브와 영원히 교차하지 않는  개의 평면을 형성한다. 사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바닥의 존재감을 절묘한 크기의 수공간을 이용해 의식하게 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롬 십자 기둥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된다. 공간에 비해 턱없이 얇은 철골 뼈대의 기둥은 의식하지 않으면 인식되지 않을 만큼 투명하고 가늘어서 눈에 걸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벽과 슬라브의 존재감은 부각된다. 공간을 한층 완결적으로 만드는 것은 줄눈과 비례의 완벽한 디테일이다.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한 점의 완전무결한 아트피스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살롱에 놓인 바르셀로나 체어는 미스가 독일관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로 디자인사史적으로 귀중한 작품  하나이니  번쯤 엉덩이를 붙여보도록 하자. 파빌리온에 상주하며 입장권을 끊는 직원을 위해 놓인 의자마저도 미스의 LC2 체어다.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니 만큼 엉덩이   붙여보는  흔히 오는 기회는 아니다.(바르셀로나 체어의 경우 우리나라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실비용 1000  이상이 든다.)

바르셀로나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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