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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 전세 계약, 이거 모르고 하면 X된다

비건 셰어하우스 만들기 8화

by 현주

"20평대, 방 3개, 화장실 2개, 보증금대출 가능. 수요일에 오실 때 같이 보시는 게 어떨까 해요."


"다가구인데 위치가 좋아 드려 봅니다."


중개인의 말에 '다가구가 뭐가 문제지?' 했어요. 이미 집에 반해버렸거든요. 하지만 점점 다가구가 최악의 골칫덩어리라는 걸 경험했죠.




"저희 은행은 다세대만 취급해요. 다가구는 대출이 어렵습니다"


"보증보험 가입이 좀 까다로워요. 1번부터 10번까지 꼼꼼히 보시고 서류 들고 오세요"


다가구는 어쩌다 부동산 시장에서 왕따를 당하는 걸까요?


다세대와 다가구의 차이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다가구는 한 배를 타는 것과 같다.
그런데 구명보트가 부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다가구 = 세입자들이 다 같이 한 배에 탄 것이고, 다세대 = 세입자들 각각 구명보트를 탄 것이에요. 만약 배(집주인 또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다세대 세입자들은 각자 자기 보트(보증금)를 타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구는? 누가 먼저 탈출하느냐가 중요! 법으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선순위 임차인이 먼저 구명보트를 타고 나가고, 후순위 임차인은 남은 자리를 차지해야 해요. 만약 구명보트가 부족하면? 늦게 탄 사람은 물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등기 차이로 생기는 문제인데요. 한 건물에 호실이 여러 개 있죠? 101호, 102호, 201호, 301호... 다세대는 공동주택이에요. 101호와 102호의 소유주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별 등기부등본이 존재하죠. 반면 다가구는 단독주택이에요. 건물 자체가 한 명의 소유주(혹은 공동소유)입니다. 101호부터 305호까지 집주인이 동일한 거예요. 그래서 건물 전체가 하나의 등기부등본이고요. 실제로 여러 세대가 거주하더라도, 한 가구로 간주됩니다.


▶ 건축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다가구주택

: 다음의 요건을 모두 갖춘 주택으로서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단독주택의 한 유형이다.)
1) 주택으로 쓰는 층수(지하층은 제외한다)가 3개 층 이하일 것. 다만, 1층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하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을 주택 외의 용도로 쓰는 경우에는 해당 층을 주택의 층수에서 제외한다.
2) 1개 동의 주택으로 쓰이는 바닥면적(부설 주차장 면적은 제외한다. 이하 같다)의 합계가 660제곱미터 이하일 것
3) 19세대(대지 내 동별 세대수를 합한 세대를 말한다) 이하가 거주할 수 있을 것



이를 악용하여 사기꾼들이 다가구로 전세사기를 일으켜요. 그 수는 어마어마해서 대전의 전세사기 피해자 96%가 다가구 세입자였죠. 최근까지도 뉴스에서 한 주에 한 건씩은 다가구 주택에서 수십억 대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터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이 적다고 해서 믿었어요..."
"보증보험이 안 된다고는 들었지만, 별문제 없을 줄 알았어요..."
"부동산이 ‘괜찮다’고 해서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선순위 대출이 잔뜩 있었어요..."


저도 다가구를 계약했지만 가급적 "다가구는 피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세사기 피해회복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요. 규모가 커서 경매에 잘 낙찰되지 않고, 세입자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경매 절차에 1~2년은 기본으로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경매로 넘어간다고 해도 앞서 말씀드린 '구명보트' 비유처럼 내 보증금을 온전히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래서 다가구 매물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다가구와 진득하게 엮여버린 분들에게는 전세사기 예방법을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보증금을 지키는 3가지 핵심 방법



1. 선순위 보증금 총액 반드시 확인

나보다 구제 우선순위가 높은 사람들이 각각 보증금이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내 보증금 + 선순위 보증금 총합 + 선순위 근저당 ≤ 다가구 주택시세 x 70~80%" 면 안전해요.

보통 경매에 넘어가면 시세의 70~80%로 낙찰되기 때문인데요. 좌변이 우변보다 클 경우, 보증금을 낮추거나 다른 매물을 알아보시길 적극 권장해요.


다가구 전세사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아시나요? 대부분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이 적다고 거짓말을 쳐서 안심시키요. 그러니까, 집주인이나 중개인의 말만 믿고 계약하면 안 됩니다.(라고 쓴 저도 말만 믿고 계약했는데요. 찾아보니 방법이 있네요. 여러분들은 아래 방법을 참고하여 더욱 안전하게 계약하세요!)


계약 시,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작성을 요청하고, 특약으로 '선순위 보증금 00원인 것을 확인했고, 사실과 다를 시 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중개인에게 이를 요청하세요.


출처: 오방 오산에서 방구하기


또한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받아 정확한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계약 체결 전이라면 1. 임대인의 동의서, 2. 인감증명서, 본인서명사실 확인서 또는 신분증명서 사본을 지참하면 되고,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면 임대차 계약서를 보여주면 됩니다.


저도 어제 주민센터에 방문해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받아 봤어요. 집주인이 알려준 금액과 실제 금액이 동일한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휴~!


이렇게 ‘임대차 정보 제공 요청서’를 작성하면 되는데, 요청내용에서 ‘일반’에 체크하면 됩니다.


확정일자 부여현황(일반)은 해당 건물 모든 호실의 보증금, 월세, 임대차 기간을 확인할 수 있어요. 반면,


확정일자 현황(임차인 특정)은 특정 임차인 성명을 함께 기입하면 그 사람의 보증금, 월세, 임대차 기간을 알 수 있어요.


1. 선순위 보증금 확인 요약

- 계약 전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작성 요청 또는 ‘확정일자 부여현황’ 확인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
- "내 보증금+선순위 보증금 총합+선순위 근저당 ≤ 다가구 주택시세 x 70~80%" 공식 확인
- 특약에 ‘선순위 보증금 00원인 것을 확인했고, 다를 경우 계약 무효’ 명시
- 계약 후 ‘확정일자 부여현황’ 발급받아 선순위 보증금 현황 확인




2. 보증보험 가입


다가구는 보증보험이 무조건 안 된다고 알고 계시는 분도 있는데, HUG, HF 보증보험 모두 됩니다.


계약 전 HUG 지사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는데요, 가장 보수적인 HUG에서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어요. 참고로, 다가구는 따져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콜센터에서는 상담을 안 해줍니다. 지사 방문 상담만 가능해요.


만약 버팀목 대출이 가능한 다가구 집이라면, 은행에서 대출받으며 보증 보험에도 같이 가입이 됩니다. 다른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면, 토스뱅크에서 청년 보증금 대출을 받고, HF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증 한도
: 주택가격의 90%(이하 '주택가액') - 선순위채권 총액(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액+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의 합)

보증 조건
- 선순위 채권 총액이 주택가액의 80% 이내
-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액이 주택가액의 60% 이내 등


만약 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도,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라면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보험 가입은 의무이기 때문이에요. 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60% 이내라면 가입 면제이긴 하지만, 가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세보증보험은 임차인이 가입하는 것이고, 임대보증보험은 임대인이 가입하는 것이에요.


저의 집주인분이 임대사업자 셔서 이를 알게 되었어요. 저희도 제가 토스뱅크 대출을 받으며 HF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해보고, 만약 거절이 된다면 임대인분께서 임대보증보험을 가입해 주시기로 계약날 합의를 했습니다.


임대사업자와의 임대차계약서는 해당 표가 필수로 들어감


2. 보증보험 가입 요약

- 계약 전, HUG에 방문하여 보증보험 가입 여부 상담받기
- 계약 후, HUG 또는 HF 전세보증보험 가입하거나 임대인에게 임대보증보험 가입 요청하기




3. 확정일자, 전입신고로 '대항력'을 확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추후 집주인이 바뀌어도 제3자에게 임대차 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을 확보하는 것인데요. 계약을 한 날에는 인터넷등기소 또는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신고하고, 실제 입주한 날에는 정부 24 또는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하면 됩니다.


문제는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세입자의 권리는 다음날부터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악용하여 사기꾼은 오전에 잔금을 치르게 하고 오후에 은행에 가 대출을 일으킵니다. 세입자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일 오후 대출을 해준 은행이 선순위가 되는 것이지요(이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특약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할 때까지 근저당권 등 추가등기를 설정하지 않는다. 이를 위반 시 계약은 무효가 되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위약금을 지불한다."


형광펜 참고. 제 특약도 괜찮지만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다면 위 문구로 요청해도 좋겠네요


사실 이 특약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기에, 안 넣어주는 중개인은 의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확정일자, 전입신고 요약

- 특약에 ‘추가 등기 설정 금지’ 명시
- 계약 직후 확정일자 받기 (인터넷등기소 또는 주민센터)
- 잔금 직후 전입신고 하기 (정부 24 또는 주민센터)






2030 사회초년생들이 보증금을 몽땅 잃고 좌절하는 모습을 유튜브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제 또래라고 해요. 그중에서도 다가구는 전세사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10년 전 포스팅에 있는데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참 무력감이 들면서도 언제든 내 일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어요. 죄를 짓는 건 세입자와 다가구가 아니라 법을 악용하는, 그리고 10년 전에도 문제 된 법을 아직까지 안 바꾼 사람들 아닌가요?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 계약서를 펼칠 차례예요. 다음 화에서는 계약날 반드시 챙겨야 할 서류와, 특약에 꼭 넣어야 할 문구를 공개할게요. 현실이 너무 가혹하지만 이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운명은 극과 극이 될 거예요. 당신이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의 수혜자가 되길 바라며, 다음 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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