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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 Feb 26. 2022

시고니 위버가 된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녀의 존재를 점점 깨닫기 시작하는 내 몸의 변화

Whether your pregnancy was meticulously planned, 
medically coaxed, or happened by surprise, 
one thing is certain – your life will never be the same. 
– Catherine Jones-

세심하게 계획한 임신이든, 의학적으로 계획된 임신이든, 
갑작스러운 임신이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의 인생은 결코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 캐서린 존스 -



너무 오래된 영화이고, 나 자신조차도 다 보지 못한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에어리언’. 외계인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엄청 인기가 많아서 시리즈로 나오기도 한 것을 기억합니다. 특별히 에어리언 3에서는 주인공(시고니 위버)의 몸속에 외계인의 새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아, 또 한 가지 임신에 관련된 인상적인 영화가 기억납니다. 바로 '트와일라잇-브레이킹 던 1부'에서 드디어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결혼으로 골인하게 된 여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지요. 거기서 보면 그녀는 뱀파이어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여주인공의 영양분을 마구 빨아들여서 결국 마지막에 허리가 꺾였던 부분이 인상이 깊습니다. (못 보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저의 의도와 원치 않게 스포가 될 수 있었겠네요.)


제가 왜 이 시점에서 이 영화들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임신이 약간 저에게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처럼 뭔가 과도하진 않지만 마치 저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느낌, 이런 느낌이 저에게 있기 때문에 이 영화들의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 그녀를 에어리언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한동안 많이 미안했습니다. 곱고 이쁘다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그녀를 외계인이라고 비유하다니… 아마도 어떤 임신을 한 엄마들은 아이를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태중의 아이는 소중하고 또 소중하니까요. (실제로 주변에다가 이렇게 한 번 이야기했다가 꾸중을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왜 이쁜 아이를 그렇게 외계인으로 비유하나며.)


하지만 저는 장기간의 입덧으로 남들은 그렇게 한다던 먹덧은커녕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요즘도 감기도 잘 걸리고 면역력이 약한데, 제가 임신했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서 일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 몸에서 영양분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받으러 갔던 진료에서의 그녀의 몸무게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제 뱃속에서 자랄 때에도 상대적으로 제 전체의 몸무게는 그렇게 늘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때 제가 스트레스로 제 인생에서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을 때, 그때와 만삭의 몸무게가 같았으니까요. 다행히도 여주인공처럼 완전히 깡 마르진 않았지만, (물론 여주인공의 외모도 전혀 닮진 않았지만) 저의 몸무게는 미약하나마 계속 늘었지 줄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그녀는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양분을 그녀가 자라나는데 쓰는 것처럼, 마치 빨대로 제 좋은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여하튼 제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그녀는 제 뱃속에서 잘 자라 주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잘 자라주어서 다행이다라고, 그냥 그렇게 내 몸의 모든 영양분을 다 가져가도 너만 건강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후폭풍(?)은 출산하고 그녀와의 생활을 하면서 신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들 뿐만 아니더라도, 그녀가 조금씩 인류의 모습을 갖추어 가게 될 무렵, 그녀가 제 뱃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네 바로 '태동'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제 배의 테두리가 올록볼록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와 정말 이렇게 배가 움직이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뭔가 멋지고 숭고하게 묘사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의 그때의 입덧의 노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저의 성격이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들었던 생각은 뭔가 영화에서 본 에어리언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미안하다 따님아 ㅜㅠ) 사실 임신 당시에도 나이가 적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를듯한 철없는 저는 엄마라는 사실을 이렇게 이해하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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