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즈키(物豆奇)”
도쿄에서 한적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면 항상 찾는 거리가 있다.
니시오기쿠보(西荻窪)는 일본에서도 살기 좋은 동네인 스기나미구에 위치한 조용한 지역이며 길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노스탤직 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래된 것들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는 일본의 특성을 이 거리에 오면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니시오기쿠보에는 수많은 킷사텐(다방), 잡화점, 작은 카페들이 즐비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가게가 있다.
내가 니시오기쿠보를 처음 찾은 이유이기도 한 이 가게는
니시오기쿠보 한 자리에 44년의 세월을 지킨 나이가 지긋이 든 노부부가 운영하는 “모노즈키”라는 킷사텐.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도보 4분 정도를 걷다 보면
외관부터 긴 세월이 느껴지는 작은 건물이 있다.
보통 일본에서 모노즈키라는 단어는
“モノ好き”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곳은 “物好き”라는 일본인들에게도 살짝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 또한 주인장의 의도라는 생각이 든다.
문을 여는 순간 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부엉이 우는 소리가 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밖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함께 간 지인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 여기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아!! “
벽에는 온갖 종류의 옛날 시계들, 빈티지 조명들로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햇빛과 시계의 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주인장의 취향인 듯한 느리고 잔잔한 재즈가 흐른다.
어디선가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 공간과 닮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자신만의 시간에 젖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서를 하거나 다이어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지인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연령층도 젊은 대학생부터 나이가 지긋이 든 노인까지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이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한국에 살 때는 세월에 못 이겨 사라지는 가게들을 정말 많이 봐온 것 같다. 그런 광경은 요즘에도 정말 많이 보는 것 같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오랜만에 방문하면 내가 자주 가던 문방구들이 다 사라져 있어서 속상한 마음이 들곤 했다. 나의 추억이 함께 사라진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도쿄에 살면서 느낀 것들은 오래된 가게들이 굳건히 자신들의 신념을 내세우며 오랜 세월을 지키는 장면을 정말 많이 봤다. 이곳 또한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곳이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남아있어 주었으면 한다.
먼 훗날 이곳을 방문했을 때 사라져 있으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다.
location : 3 Chome-12-10 Nishiogikita, Suginami City, Tokyo 167-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