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za 도서관 (アール座読書館)”
내가 살던 동네 코엔지는 발굴하듯 비밀스럽고 보물 같은 공간들이 가득했다.
학창 시절 수업이 끝난 후에 어디 또 좋은 장소가 없는지 여기저기 이 동네를 탐험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내게 "Rza 도서관"은 나의 보물 같은 장소 중 한 곳이다.
위치부터 매우 비밀스러운 이곳은 코엔지의 중앙 거리를 걷다 들어가는 한적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걷다 보면 보이는 팻말과 함께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2층에 위치한 "Rza 도서관".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펼쳐지는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은 빈티지스러움이 가득 입혀진 마담푸르트스의 비밀 정원에 방문한 것 같다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코엔지 역에서 걸어 도보 4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북 카페이며 특이사항이 있는데 카페의 이름에 “도서관” 이 들어간 만큼 “잡담 금지”라는 룰을 지니고 있다.
이곳을 맞이하면 점원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속삭이듯 “어서 오세요”라고 말한다.
인사를 받고 공간을 둘러보면 대략 9 테이블 정도의 개인 테이블에서 각자 혼자온 손님들이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 빈티지한 소품, 수조,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로 가득한 이 공간.
자리를 잡고 앉으면 펼쳐지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이곳을 많이 와본 사람들은 올 때마다 매번 다른 자리를 잡고 앉는데 그 이유는 한 자리 한 자리 모두 각기 다른 스토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 앞자리는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키는 큰 수조와 열대어가 책상의 바로 앞에 있고, 어떤 책상은 서랍을 열면 디오라마가 펼쳐지는 등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비밀을 숨겨두고 있다.
메뉴를 펼치면 다양한 드링크메뉴와 간단한 디저트메뉴가 있지만 이곳에는 “편지지 세트”라는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메뉴또한 이 곳의 볼거리!
원하는 드링크 한 잔에 편지지와 편지 봉투, 깃털 펜과 실링 스탬프를 정성스럽게 나무 상자에 넣어 제공이 된다. 향 좋은 차를 한 잔 하며 펜을 들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쓴 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주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사색을 위한 장소인 만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글을 적고 봉투에 편지지를 넣어 실링스탬프를 녹여 봉투를 닫는 경험은 이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오픈하고 10년 이상의 자리를 지켜온 Rza 도서관.
이곳은 많은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곳이란 감각이 가득 느껴지는 장소이다.
사실 “잡담 금지”라는 룰은 고객들로부터 “조용한 장소가 필요해” “사색의 장소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진 룰이라고 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사색이 아닐까싶다
location : 166-0003 Tokyo, Suginami City, Koenjiminami, 3 Chome−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