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UMA Feb 19. 2023

재즈가 흐르는 작은 공간

“킷사 세이카츠”

내가 다닌 대학교는 히가시 코엔지역과 가까웠다.

그랬기에 집도 그 주변으로 구해 4년을 생활했다.


히가시 코엔지란 동네는 코엔지의 동쪽(히가시)에 위치했다고 해서 불린 이름인데

코엔지와 같이 아기자기라고 예쁜 가게가 즐비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역에서 내리면 공원과 몇몇 밥집 말고는 그리 뭔가가 없다.


그렇지만 히가시코엔지에서 내가 정말 사랑했던 킷사텐 “킷사세이카츠”가 있다는 것이 이 조용한 동네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자부심 중 하나였다.


역에서 내려 도보 2분 거리의 부동산이 보이는 건물로 쭉 들어가면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마트 오오제키 바로 건너편에 작게 위치하고 있는 그곳이 바로 킷사 세이카츠이다.



정말 협소한 공간으로 2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2개, 3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이 전부이다.


이곳은 발을 들이는 순간 재즈킷사이구나를 단숨에 알 수 있는 장소이다.

벽에 붙은 대형 마일스 데이비스의 포스터, 그리고 수많은 재즈 레코드, 잔잔하게 이 공간을 채우는 재즈곡이 이곳을 설명해 준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재즈와 동시에 이곳을 가득 채우는 커피의 향은 정말 황홀하다. 

주인장은 15개 지역의 커피 원두를 라인업 하고 있어 커피 애호가들이 방문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인 듯하다. 커피를 와인 잔에 따라주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



안에 들어서면 주인장은 특유의 시크하지만 정중한 말투로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가게의 룰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장소가 협소한 만큼 한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이며 커피만 판매하는 대신 다른 곳에서 빵이나 케이크를 사 와서 먹어도 된다는 설명을 정중하게 해 주신 후 주문을 받는다.

이 가게는 굳이 접객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좁은 공간의 특성상 주인장들이 쉽게 말을 거는 다른 가게와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할 일도 거의 없고 굳이 말을 걸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용히 이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고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등 더욱더 마음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가게인 것 같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거나 레스토랑을 가면 재즈를 흔하게 틀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이곳을 방문한 뒤로 재즈가 공간에 미치는 힘에 대해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개인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일이 많은 날, 

들어서서 오른쪽에 위차 한 창가 테이블석에 앉아 재즈를 들으며 차분히 사색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location : 1 Chome-6-12 Koenjiminami, Suginami City, Tokyo 166-0003




작가의 이전글 골목에 숨겨진 마담푸르스트의 비밀정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