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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가 된 청년셰프-제이미 올리버

Chef's Table : Legends 편을 보고

by Mindful Clara

넷플릭스에서 종종 즐겨보는 방송 Chef’s Table 에 최근 Legends 섹션이 업로드 되었다. 레전드 편에 소개되는 셰프들은 요리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회, 정책, 교육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커다란 문화를 형성한 셰프들이라고 한다. 그 중에 반가운 이름이 있었으니..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

고등학교? 아님 대학교 때인가? 케이블 방송을 뒤적거리던 중 발견한 TV 요리 프로그램, The Naked Chef.
영국 엑센트를 구사하는 젊은 남자가 정신없이 주방을 휘젓고 다니며 요리를 했다. 쉴 새 없이 말을하며 음식을 만들던 그의 모습은, 당시의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방송을 위해 예쁘게 세팅된 재료 같은 건 없었다. 그는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나 벽장에서 바로 꺼내 쓱쓱 손질 후 요리에 쏟아붓고는 바로바로 치웠다.
온갖 허브와 (아직도 기억난다. 생 파슬리, 로즈마리, 코리앤더등은 그가 매우 자주 다발로 들고와서 사용하는 허브였다.) 처음 보는 외국 치즈들,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이 너무나도 신기했고 그 맛과 향이 궁금했다.

요리는 항상 '뚝딱뚝딱' 빠르게 끝났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파스타 요리의 마지막엔 Parmigiano Reggiano를 아낌없이 갈아 뿌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도 주저 없이 듬뿍 둘러주었다.
그렇게 제이미 올리버는, 나에게 ‘요리’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첫 번째 스승이 되었다. 서양 요리에 관심을 갖고 도전할 수 있게 된 건 그의 티비쇼 덕분이다.


Chef’s Table: Legends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Jamie는 멋진 요리를 하는 셰프다'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가 왜 요리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본다.


어릴 적 난독증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소년은, 부모님의 펍 주방에서 위안을 찾았고, 결국 요리가 그의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BBC가 그를 발굴하면서 시작된 'The Naked Chef'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도 Jamie는 늘 ‘사회를 위한 요리’를 고민했다.

유명세로 인해 비판에 직면하던 시기,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Fifteen이라는 프로젝트 레스토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티비에서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요리와 삶을 가르치는 공간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의욕마저 없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아낌없이 지원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제이미는 본인처럼 그 아이들에게도 요리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건강한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십대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 요리와 영양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것은 아이들의 삶에 굉장히 긍정적인 능력을 갖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너무나 맞는 말이다. 좋은 음식을 소비하고 다루는 것에 대한 교육! 삶의 질을 좌우한다.)

제이미는 자신의 TV 쇼(The Naked Chef 등)로 얻은 성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며 편안한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스타 셰프의 이면에는 늘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하고 멋진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제이미처럼 선한 의도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실천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니, 왜 내가 어릴 적 그의 요리쇼에 그렇게 빠졌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Jamie의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방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힘이었고, 나의 요리 여정에 여전히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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