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을 마무리하다.
2022년 1월 25일. 전화기 러닝 앱에 기록되어 있는 나의 첫 달리기 날짜이다. 페이스 6:47min/km. 거리4.85km. 숨 넘어가는 기억.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힘들게 달리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숫자로만 얘기한다면 나의 페이스는 대단히 빨라지지 않았고 3번의 마라톤 기록도 4:40, 4:03, 4:18, 4시간 대에서 평범하게 맴돌고 있다. '나는 왜 빨라지지 않을까? 다들 왜 이렇게 잘 달릴까?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까? 아..이런 방법도 있구나. 장거리를 더 뛰어야겠어! 여기는 왜 아플까? 속도 훈련을 더 해봐야지!' 수도없이 떠오르는 생각, 리서치 그리고 시도를 하면서 시간은 지나갔다.
그리고 2024년 2월 18일 오스틴 마라톤에서 나의 한계에 부딪혔다. 언덕이 꽤 많았던 코스. 듣기만 했지 경험해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아.. 내 수준은 여기까지구나. 힘딸려서 도저히 못하겠다..라는 느낌이 이런걸까? 현재 수준의 운동 루틴으로는 42.195km 의 긴 마라톤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확실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마라톤을 뛰는 여러종류의 러너들을 보게된다. 첫번째는 본인의 목표를 끊임없이 높이 재 설정하며 부단한 노력과 희생으로 계속되는 성취를 이루어가는 러너. 둘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가볍게! 즐거움에만 집중하는 러너. 이런 경우에는 많은 준비 없이 다수의 대회에 참가해서 기권을 하든, 정신력 으로 만 완주를 하든 그 순간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 하는 러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번째와 세번째의 중간이고 싶다. 사실 첫번째 그룹에 속하고 싶은 욕심이 조금 있었지만, (왠지 멋져 보이기 때문에...)운동 외에 다른일에 관심이 더 많은 나같은 사람이 운동에 과하게 몰두한다면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 열심히 해본 운동 없이 39살에 시작한 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년간의 달리기는 전반적인 체력과 지구력 증진 그리고 삶의 모든 부분에 셀수없이 긍정적인 아웃풋을 남겼지만 근력과 유연성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했다. 평소보다 조금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올릴때면 따라오는 약간의 불편함. 늘 주의하며 훈련해야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니 몸의 신호를 느끼면서 조심하는 습관은 전혀 나쁜것이 아니다. 하지만 작은 목표라도 있다면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다. 오스틴의 오르막을 오를 힘이 없었던 나는 조금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마라톤이 끝나고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오스틴에서 온몸에 힘이 들어간채 흐트러진 자세로 너무 오랜시간 달려서 그런건지, 언덕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 발목이 놀란건지.. (둘 다인거 같다.) 오른쪽 발 바깥쪽이 불편해서 아직도 달리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없다. 평소 같았으면 스스로 약속한 양만큼 나가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분주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 시스템으로 계속 반복 해봤자 제자리걸음 이라는 것을 알아서랄까? 푹 쉬고있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웨이트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 음식과 마찬가지로 운동도 편식하면 안된다고 한다. 근력운동과 유연성 & 균형 감각을 위한 요가와 필라테스등 시간 되는대로 재미나게 하는 중이다.
TV 쇼(드라마)에서 15-20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한 시즌이 마무리된다. 나의 달리기도 그런 느낌이다. 2년간의 달리기. 시즌 1이 끝났다. 새롭게 정비해서 더 흥미롭고 신나는 시즌 2를 준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