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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ul Clara Feb 27. 2024

나의 3번째 마라톤

오스틴 마라톤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차로 3시간반 정도가 걸리는 텍사스의 capital city 오스틴.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주말여행으로 다녀왔다. 


42.195 km의 풀코스 마라톤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하고 뛸 거리는 아니다. 트레이닝 과정에 있어서 많은 계획과 약속이 따라야 하기에 나같이 아주 젊지 않은 애엄마에게는 체력적으로나 상황면으로 힘들때가 많이있다. 나는 그저 작년의 인생 첫 두번의 마라톤이 삶에 준 영향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올해도 2번의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올해 상반기 마라톤으로 선택한 오스틴 마라톤은 알고보니 인기가 많은 대회는 아니었다. 우리동네/달라스 근교 사람들은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잘 참가하지 않더라. 밖을 뛰다가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종종 대화를 해보면 조금 더 먼 휴스턴 마라톤은 많이 가는데, 오스틴 마라톤 얘기를 하면 “ooooo~ hilly~~!” "..." 평지에 사는 사람들이라 엄살을 떠는줄 알았다. '난 그래도 산이 많은 한국에서 왔으니까 이정도로 유난떨지 말아야지! 그래봤자 텍사스인데…'


어마어마하게 큰 텍사스주에는 다양한 지형이 존재 하더라. 오스틴과 달라스는 제법 다른 지형을 갖고 있었다. 마라톤 코스의 고도 차트를 예습하기는 했지만 아직 초보 마라토너인 나에게 구불거리는 그래프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게 없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인데  아는게 없으니 딱히 느낌도 오지 않았다. "초반에 조금 올라가고 마지막에 한번 더 올라간다고 하네?" 이정도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결론은 하프도 되기 전에 내 다리는 끝났다. 

고도 개요

*대회별 누적상승고도에 대한 정보는 아주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러너 분들에게는 난이도를 알고 대회에 참가하는게 훈련이나 여러가지 준비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든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렇게 힘든것인 줄은 몰랐다. 긴 구간의 평지를 신나게 뛸 수 있었던 지난 10월 시카고 마라톤과는 달리 (오해하지 말길..시카고도 많이 힘들었다.) 오스틴은 참으로 아기자기하게 흥미로운 코스를 가지고 있었다. 내리막은 쉬운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리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지고, 피로한 상태에서의 내리막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만든다. 진심으로 굴러서 내려가고 싶었다.


32키로가 될때까지 한번 참아보고, 남은 10키로는 내가 늘 뛰던 거리이니 한번 더 참아보자! 라고 생각하며 1키로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의 무거운 몸과는 상반되게 약간 쌀쌀한듯한 맑은 날씨는 너무나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힘들었지만 첫 마라톤을 뛸 때 처럼의 막막함은 없었다. 어찌됐든 끝이 날거야.. 이럴줄 알았으면 다리 근력 운동좀 열심히 해볼껄.. 여기까지 돈내고 시간들여 왔으니 메달은 가지고 가야한다..하지만 오스틴은 다시 오지말자...  등 사소한 생각들이 머리를 채워가고 내 다리는 자동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었다.


끝나기 1km 전 쯤인가? 마지막 언덕을 오르며 왠지모를 서러움에 목이 매였다. 조금 전에 나온 얕은 언덕이 사람들이 얘기했던 마지막 언덕인 줄 알았는데 더 큰 언덕이 남아 있었다니!! 꽤나 경사가 있다. 이미 다리와 발이 많이 아파서 뛰어 올라가지는 못할거 같다. 젠장..뭔가 속은듯한 느낌. 억울함에 목이 막히며 호흡이 흐트러졌다. 길가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이 내 빕/번호표의 이름을 봐주고 마지막 힘을 보태주었다. "Clara! you are almost there! you are doing great! you can do it!"  캑캑 거리다가 잠시 멈춰 큰 숨을 한번 쉬고 "하아....." 살짝 걷다가 마지막 힘을 내보았다. 가파른 언덕도 끝이나고  커브를 돌아가니 남편과 아이들의 웃는얼굴이 보인다. 마지막 하이파이브를 했다. 많은 인파가 피니쉬 라인이 코앞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력 질주를 하며 finish strong!! 하고 싶었지만 ..발이 안 떨어져서 홀가분한 마음만 안고 피니쉬! 


나는 내 결정에 후회를 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스틴 마라톤은 힘들었지만 왜 이 힘든 곳에 왔을까 하는 후회는 없다. 그때는 몰랐던걸 어찌하랴.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수 밖에. 오히려 계속 미루던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기도 한 대회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큰 동기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 하기란 쉽지 않다. 내 몸을 잘 구슬려서 구석구석 관리하고 골고루 발전 시켜야한다. 그래야 부작용이 없다. 롱런 할 수 있다. 40대 애 엄마의 러닝을 20-30대의 싱글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 나에게만 집중하며 다음 마라톤은 끝까지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 (그렇게 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 그저 바램이다.)


피니쉬 라인을 지나서 만난 가족들과 기념 사진을 몇장 찍고 호텔로 돌아가 뜨거운 물 샤워...  간만에 무알콜이 아닌 "진짜" 맥주도 한 잔 마셔주었다. 몸이 너무 쑤셔서 차에 앉아있기도 힘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1박 2일의 주말 마라톤여행은 마무리.


내 삶에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달리기가 주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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