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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Jun 01. 2024

생각보다 쉬운 유산슬

아버님을 위한 요리 5

시부모님은 중식을 좋아하신다. 외식할 기회가 생기면 주로 중식당을 찾으신다.

우리 집은 연희동에서 가까워서 근처에 맛있는 중식당이 차고 넘친다. 아버님께서 건강하실 때는 중식을 드시러 연희동으로 자주 오셨는데 아프신 이후로는 거동이 불편하시니 오실 수가 없다.


“아버님께서 유산슬이 드시고 싶으시단다.”

어머님께서 통화 중에 말씀하셨다. 입맛이 없다고 하시던 아버님께서 유산슬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시댁 근처에 있는 중식당을 찾아보니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식당은 더 한정적이었다.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휠체어 입장이 가능한 곳을 택했다.


이곳 유산슬은 가격은 비쌌고 맛과 비주얼은 실망스러웠다.

해삼채에서 시큼한 맛이 났다. 재료들은 큼직하게 썰어져서 고추기름에 볶아져 벌겋게 나왔다.


내가 아는 유산슬과 너무 달라서 유산슬을 검색해 보았다.  

유산슬은 육류와 해산물을 가늘게 채 썰어 볶은 후 걸쭉하게 만든 중국요리다. 

유(溜)는 녹말을 끼얹어 걸쭉해진 것을, 산(三)은 세 가지 재료를, 슬(絲)은 가늘게 썬 것을 뜻한다.

우리가 먹은 요리는 유산슬이 아닌 잡탕 볶음에 가까웠다.


다른 메뉴는 맛이 괜찮았지만, 유산슬을 드시고 싶어 하셨던 시부모님의 얼굴엔 실망이 가득했다.


검색창에 유산슬 레시피가 함께 나왔다.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해삼, 죽순, 고기, 버섯 등을 채 썰어 볶고 녹말물로 농도를 맞추면 된다. 

‘재료만 구한다면 만들 수 있겠는걸.’


해삼이 문제였다. 해삼은 구하기도 어렵고 손질도 어려운 식재료다. 다행히 건해삼채를 구할 수 있었다. 건해삼 채는 불리기만 하면 데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마침 국산 죽순이 나오는 때여서 손질된 죽순을 구할 수 있었다. (죽순이 나오지 않을 때면 통조림을 이용하면 된다.)

고기는 잡채용 돼지고기를 구매했다. 

버섯은 팽이버섯을 준비했다. 팽이버섯은 채 썰지 않아도 되고 식감이 좋다. (표고를 사용하면 향과 맛이 더 고급스러울 것 같다.)

간단하게 재료 준비가 끝났다. 


*생각보다 쉬운 유산슬 만들기

재료 준비: 해삼채 불리기, 돼지고기 소금, 후추 밑간, 재료(죽순, 버섯 등) 채썰기, 녹말물 만들기(녹말 1T, 물 3T)


1.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채 썬 마늘과 파(다진 마늘, 다진 파)를 볶는다.


2. 1에 고기를 볶다가 익으면 간장 한 스푼 넣는다.


3. 데친 재료를 모두 한꺼번에 2에 넣어 볶고 굴 소스로 간한다.


4. 녹말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고 참기름 한 스푼 넣고 마무리한다.


재료를 준비해서 시댁에서 만들어 먹은 유산슬


중식은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고 휘리릭 볶아내는 요리가 많다.

유산슬도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해삼과 죽순을 구하니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중식당에서 한 접시에 4만 원이 넘는 유산슬을 먹고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면 내 손으로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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