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손내밥 Jun 18. 2024

아무리 더워도 나는 따뜻한 라떼를 마실테야

나는 타 죽 뜨!

태양이 이글거린다. 바깥 온도는 30도가 넘는다. 노트북을 안은 채 카페로 피신한다.


"따뜻한 라떼 하나요."

이 찐 더위에 뜨거운 라떼를 마시는 사람은 카페에 나뿐이다. 


이유는 어제 마신 아이스라떼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었다. 

나는 냉 중의 냉 체질로 얼음과는 상극이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아이스로 마셔줘야지.'


얼음이 가득 담긴 투명한 잔 안에 담긴 아이스라떼를 받아들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진한 갈색 에스프레소가 하얀 우유 아래로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셀레는 비주얼이다. 


빨대를 꽂아 첫 한 모금을 들이켰다. 혀끝으로 전달된 찐~한 에쏘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온몸을 전율케했다. 

오 좋아~~~

더위도 잠도 깜짝 놀랄 만큼 시원타. 


'역시 아이스라떼 시키길 잘했어.'

두 모금, 세 모금 마시니 아라의 양이 확 준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마시는 속도를 늦췄다. 

아라는 얼음이 70%다. 급하게 마시면 순식간에 얼음만 남는다. 


잠시 후, 아라는 얼음 물에 희석되어 맹탕 커피가 되었다. 커피색이었던 아라는 살색이 되었다. 

커피도 물도 우유도 아닌 밍밍한 커피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빨대를 쪽쪽거렸다. 

컵 안에 얼음은 잔뜩 남았는데 더 이상 빨려 올라오는 커피는 없었다. 


뱃속은 찼고 마음은 휑했다. 


이 허무함은 뭐지?

1일1잔의 만족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속은 듯한 느낌만 남았다. 


커피 한 잔에 뭐 그리 의미를 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게 커피 한 잔은 하루 행복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커피 한 잔에 진심이다. 


첫 한 모금은 행복했는데...

얼음이 녹아갈수록 흐릿해지는 아라의 맛은 아쉽기만 하다. 

따라였다면 마지막까지 같은 농도의 진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따라를 마실걸...

'내일부터는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라떼를 마실 테야.'


그래서 오늘은 30도가 넘는 찐더위 아래서 따뜻한 라떼를 즐긴다. 

역시 따라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행복하다. 마신 후에는 뱃속이 따땃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 



저녁에 딸 아이에게 나의 라떼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타 죽 뜨' 구나."

"그게 뭐야?"

"타 죽어도 뜨거운 라떼!"


작가의 이전글 홈메이드 생크림케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