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신고 나왔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현관문을 여는 것, 그전에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신발만 신으면 된다. 운동화가 아니어도 된다. 신발을 신은 순간, 오늘 할 일의 90%는 끝났다.
이제 달리면 된다. 근데 어떻게?
처음 갈매천으로 나갔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그냥 뛰었다. 달리기에 대한 기억이라곤 중학교 체육 시간, 나를 저 멀리서 기다리던 선생님뿐이었다. 친구들은 다 앞질러 갔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말했다. "100미터 26초." 그게 달리기에 대한 내 전부였다.
그날 갈매천에서 나는 잘 달리고 싶었다. 리듬감 있게, 폼 나게. 한 100미터쯤 갔을까.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뛰는 건 포기하고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맞나? 달리기가 이렇게 힘든 건가? 내가 너무 약한 건가? 둘 다 아니었다. 나는 그냥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렸던 것이다.
달리기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있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나가는 것이다. 빠르게 달려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힘을 쏟는다. 그리고 3분도 안 돼서 멈춘다.
사실 느리게 달리는 것이 진짜 달리기다.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속도. 숨이 약간 차지만 말은 할 수 있는 페이스. 이걸 대화 페이스라고 부른다.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의 80%를 이 속도로 달린다. 당신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래도 달리는 게 힘들면, 걸어도 된다.
전문 용어로는 런-워크(Run-Walk). 나는 그냥 걷뛰라고 부른다. 1분 달리고, 1분 걷고. 다시 1분 달리고, 1분 걷고. 이걸 5번 반복하면 10분이다. 익숙해지면 늘리면 된다. 2분 달리고 1분 걷기. 3분 달리고 2분 걷기. 그러다 보면 3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30분이 된다. 나는 이 걷뛰로 시작해서 풀코스를 완주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걷든 뛰든 상관없다. 10분을 채우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기록이다.
오늘 날짜, 달린 시간, 대략의 거리. 딱 그것만 적으면 된다. 앱이 없어도 된다. 메모장 한 줄이면 충분하다. 앱에서 해주기도 한다. 매일의 기록을 보는 것~그것이 또 하나의 동기가 된다.
오늘의 픽셀 하나가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