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힘들다. 산책이 이렇게 힘들다니...
얼마 전 북악산 한양도성 가는 길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회사생활이 바빠 가까운 주변 공원 산책도 하기 힘들었다. 54년 만에 북악산 등산로가 완전히 개방됐다는 좋은 기회가 있어 휴가를 내고 이번 여행에 참여했다.
모처럼 산행 같은 산책길이라 힘이 들었지만 걸어가는 동안 주변 나무와 꽃들을 보면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양도성 가는 길은 계단이나 언덕이 높아 헉헉거리며 무거운 발걸음에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걸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릴 적 비행기 날리면 놀았던 단풍나무 열매가 예쁘게 말라있는 것이었다. 발길을 멈추고 괜스레 쳐다보다 단풍나무 열매 몇 개를 주웠다.
책갈피에 끼워 말렸던 옛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책갈피로 사용할 잎을 찾는 것이 취미 중 하나였다.
단풍나무 잎뿐만 아니라, 가을의 대표 꽃인 코스모스 잎, 그리고 국화꽃 잎도 종종 책갈피로 사용했다. 그 잎들은 얇고 평평해서 책 사이에 끼우기에 딱 좋았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숙정문까지 힘들게 올랐다. 그동안의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지듯 그곳에서 만난 단풍나무! 그늘을 만들어주는 단풍나무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휴식을 하며 요기를 하려고 싸 온 간식이 메이플시럽을 바른 핫케잌이었다.
10여 년 전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TV에서 핫케잌가루를 선전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 인스턴트식품은 자제하고 있던 터라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도 사주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화에 함께 만들어 보기로 하여 핫케잌가루를 반죽하고 프라이팬에 구워냈다.
너무 기대를 했던 터라 그랬을까 기름기 없이 구워내서 인지 담백하고 퍽퍽해서 아이들은 한 입 배어 물고 먹지 않았다.
핫케잌에는 메이플시럽이 단짝인데 핫케잌만 먹었던 그 시절 추억에 잠겨 봅니다.
메이플시럽은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들어요.
단풍나무 아래에서 메이플시럽을 바른 핫케이크를 먹으니 단풍나무의 비밀이 생각났다.
‘단풍나무의 비밀’ 궁금하시죠. 고로쇠나무가 단풍나무였네요.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높이가 20m에 달한다. 잎은 마주 달리고 둥글며 가장자리가 5∼7개로 갈라져 있다. 가을철에는 황색으로 변한다. 이른 봄에는 수액을 받아서 약용 또는 영양제로 활용하고 있다.
고로쇠나무에 관한 전설이 독특하다. 신라 말기의 승려로 풍수설의 대가로 알려진 도선국사가 좌선을 마치고 일어났을 때였다. 몰입을 해서 좌선을 했던지 무릎이 펴지지 않았단다.
그래서 근처 나뭇가지를 잡았는데, 그 나뭇가지가 부러져 넘어졌다.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자 무릎이 펴지고 원기가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이 나무는 뼈에 유익하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