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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d 채드 Mar 22. 2022

OO전자 아재부장 이야기 - 프롤로그

개발에서 기획으로, 연구소에서 사업부로,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들

 글 잘 쓰는 공돌이가 꿈었기 때문에 우선 공돌이가 되어야 했었다. 그랬던 거로 하자.


 Engineer,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인 공학에 관심을 가진건, 제 또래에서 남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분야와 장래희망을 말할 때 얘기하게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자, 기술입국을 위한 기여를 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도 밥벌이를 위해 기술을 가져야 한드는 옛말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웃어넘기게 되지만 인문보다는 자연게 선택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 순수과학보다는 공학도에 관심이 갔었다.


 어린 시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공학도적인 접근은 (사실은 아무 근거 없는 무모한), 그리 많지는 않지만 두 가지 정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당시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최고로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패크맨' 오락기기. 보통 그런 오락기기를 사주지 않고 나 또한 조르지 않는 편인데 왜, 무엇 때문에 우리 집에 그게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서너 해 만에 갖게 되는, 받게 되는 선물이었으려나.  어쨌든 문제를 풀어가는 한 스테이지 스테이지가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는데 의외의 문제는, 이 기기를 켤 때마다 울리는 큰 시작음이었다. "띠리디리 띠띠, 띠리디리 띠디, 띠리디리 띠띠, 띠리리리리~~" 하고 아주 길고 크게 울리는 단조로운 미디어 음 소리 때문에 부모님 눈을 피해 맘껏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기기를 열어봤다. 그리고 그 회로 보드를 보고 (실제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기억) 소리를 낼만한 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놈이 딱 눈에 띄었다. 지금 기억해보면 약간 커다랗게 두 발로 서있는 캐패시터였던 것 같다. 어린 생각에 너무나도 소리를 낼 것 같은 이 녀석에 대해 어떠한 근거도 없이, 하지만 의심도 없이 나는 이놈을 잘라냈다. 물론 그 이후로 그 오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막연하게나마 문제를 해결하고픈 욕망과 그에 대한 지식과 학습, 경험이 필요함을 느껴본, 아니 뭔가 입증하게 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이후 나는 당시 유행의 바람에 편승하여 컴퓨터를 배웠다.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이 정의가 매우 넓을 수 있지만 그때 통용되는 의미는 Baisc 프로그래밍이었다. 프로그래밍할 것에 대한 목적을 정하고 그에 따른 순서도를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대로 Run (저장도 없음!) 내가 짠 코드를 기록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어야 했다. SLOC(Source Line of Code)를 줄여 최적화하는 방식의 코딩이 몸에 벨 수밖에 없다고 할까 (^^) 실제로 나는 if문과 for문을 적절히 잘 쓰고자 노력했었다. 그리고 잠시 배우고 잠시 쉬다가 다시 새로운 학원을 구할 때 일명 Level Test인지 당시 구구단 프로그램을 짜보라는 요청을 받았고, 실행해볼 수 없는 노트에 기재된 코드를 갖고 이중 for문에 대한 설명을 해 나갔다. 그리고 대략 2~30년 후, 나는 그러한 test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신입사원들의 기술 면접관으로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재밌는 건 이때 역시 노트에 손으로 쓴 코드를 보고 설명해야 하는 거였다. 그 당황하는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눈빛은 마치 어릴 때 나의 그 마음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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