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와우 멤버십 해지 과정을 추적해봤습니다
쿠팡에서 쇼핑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때아닌 과소비를 해보신 적은요?
오늘은 쿠팡의 와우 멤버십 해지 과정이 얼마나 긴지, 어떤 방법으로 해지를 막는지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24년 8월 기준)
그전에, 다크 패턴이 뭔지 아시나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다크 패턴이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경험(UX)을 뜻합니다.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하는 UX라니 참 아이러니한 문장입니다.
다크패턴은 2010년 영국의 UX 디자이너인 해리 브리그널(Harry Brignull)이 알린 단어인데요.
서비스에는 아주 많은 다크 패턴들이 저희 몰래 숨어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24년부터 다크 패턴에 대한 규제가 생겨났습니다.
다크 패턴은 주로 소비자를 속여서 이득(금전적 이득)을 얻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시로
처음엔 무료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자동 전환 되는 플랜이나, 복잡하고 번거로운 해지 절차 모두 다크 패턴에 속합니다.
아마 다크 패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나는 서비스가 하나씩은 있으실 거예요. 저는 테무의 화려한 '오도형' 광고 다크 패턴이 생각나더라고요.
혹시, 쿠팡이 생각나셨나요?
쿠팡의 다크 패턴은 요금 인상 사태에서 더 부각되었습니다. 다크 패턴을 통해 교묘하게 '가격 인상 동의'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고, 그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어요.
저는 오늘 쿠팡의 '해지 절차'를 한 번 따라가 보려고 해요. 고발하거나 질타하려는 것은 글의 목적이 아니며, 쿠팡의 다크 패턴에 부정적인 입장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point 1 와우 멤버십 해지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지에 집중해보면 좋아요.
point 2 사용자로써 어느정도의 다크패턴까지 용납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요.
사실 저는 와우 멤버십 해지를 한 번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때는 N개월 전에 있었던 일로,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려고 들어갔던 날이었어요. 그런데 화면에 '지금 해지하면 모든 혜택이 없어져요! 제가 3일 전에 다시 알려드릴게요.'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여러분은 해지 시 이런 문구가 뜨면 어떠실 것 같나요? 제 첫 감정은 혼란스러움이었습니다. 저는 해지하더라도 이번달까지는 유지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불안한 마음에, 3일 전에 알림받기 버튼을 클릭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기사를 확인해보니 막상 해지 신청을 하더라도 결제한 기간 동안의 혜택은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저는 이미 쿠팡의 다크 패턴에 넘어간 적이 있었던 거였죠.
이번엔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꽤 긴 여정이 될 거예요.
해지를 위해선 쿠팡의 마이페이지에 접속해야 합니다. 마이페이지에서는 상시로 와우 멤버십으로 얼마를 절약하고 있는지 알려줘요. 마이페이지에서 이름 오른쪽 '>' 아이콘을 누르면 내 정보 관리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고, 회원 정보 아래에 '와우 멤버십' 버튼이 보이게 됩니다.
잠깐! '와우 멤버십' 버튼을 누르면 어떤 UI가 나타날 것 같은지 생각해볼까요? 저는 와우 멤버십 관리 페이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였어요.
와우 멤버십 버튼을 누르면 긴 자기 PR 페이지가 나오게 됩니다.
제 예상과는 꽤나 다른 페이지였어요. 저는 위와 같이 어떤 카드/계좌를 통해 멤버십 비용을 내고 있는지, 멤버십이 월마다 얼마인지, 해지를 위한 해지 버튼과 함께 여러 정보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너는 아직도 쿠팡을 모르니)
하지만 와우 멤버십으로 얼마나 아꼈는지, 어떤 혜택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자기 어필을 확인하면, 작은 '해지하기' 버튼이 보입니다.
저는 분명 앞에서 해지하기 버튼을 눌렀고, '해지 계속하기' 버튼도 눌렀는데 아직 쿠팡은 포기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해지 계속하기' 버튼을 누른 뒤에도 조금 더 생각해보라는 쿠팡의 매달림이 시작됩니다.
2번 사진부터 마지막 사진까지 다 와우 회원의 좋은 점을 알려주고 있는 화면이에요. 그런데 잠깐... 뭐가 없지 않나요?
저는 화면을 내리다가 멈칫했습니다. 선택지가 '내가 받고 있는 혜택 유지하기' '결제 전에 알림받기' 밖에 없는 것 같은 거예요. (동공지진)
당황스러운 마음에 급하게 아래를 더 내려보았는데, 그제서야 혜택 포기하기 버튼이 보였습니다. 만약 오른쪽에 스크롤바가 없었다면 더 당황스러웠을 것 같았어요.
쿠팡의 모든 UI가 그렇지만, 굉장히 악의적이라고 느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UI가 굉장히 '푸터'와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푸터는 보통 서비스의 부가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쓰고, 푸터가 나오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페이지의 '끝'을 생각하죠.
결제일 전에 알림 받기와 혜택 포기하기 사이에 그어진 선도 지독하게 악의적입니다. 자칫하면 '결제일 전에 알림받기'라는 선택지밖에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클릭해 봅시다.
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누르면 정말 최종(처럼보이는) 설문을 하게 됩니다.
선택한 해지 이유 밑에 저렇게 보완이 가능한 설명을 해주는 게 저는 굉장히 괜찮은 아이디어로 느껴졌어요.
설문도 했으니, 해지하기 버튼을 누르면 멤버십 해지가 되겠죠? 심호흡을 하고 버튼을 눌러볼까요!
정말 마지막... 화면이 나오게 됩니다.
정말 정말 최최최종으로 '해지 완료하기'를 누르면 멤버십 해지가 완료됩니다.
역시 긴 여정이었습니다. 총 5번의 해지하기(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눌러서 와우 멤버십 해지를 완료하였어요.
와우 멤버십 해지 플로우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사용자들의 구독 해지를 막으려고 애쓰는 게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쿠팡의 해지 절차를 겪으며 사용자를 '속이려'하는 의도가 느껴질 때마다 불쾌한 감정이 들었고, 실망감이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쿠팡 멤버십 해지 플로우 중에서 괜찮았던 부분과,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보시면서 생각하신 점들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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