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업계 2위 스타트업이 2달 만에 망한 경험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업하면 10번 쯤 망하고 1번 성공하면 잘하는 거라고. 글자로 들었을 때는 사업이 잘 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내 사업이 되는 순간 나는 열 번이나 버틸 수 있을까?
원래 나는 지방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상경에 꿈이 있는 촌뜨기였다. 20대 후반에 상경할 기회가 생겨서 첫 회사 퇴직금만 달랑 들고 집도 구하지 않은 채 이직을 했다. 수습기간 동안 집을 알아보고 수습기간이 끝날 때쯤 집을 계약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직하고 두 달도 되지 않아서 회사가 망했다.
두 달이면 징조라는 게 있는 게 아니었던가?
왜 나를 신규 채용한 거지?
업계 2위 회사였고 관련 업계에서 모두가 들으면 아는 자리잡은 스타트업이었다. 업력도 10년 가까이 되었고 5년 이상의 장기근속자 수가 50% 이상인 로열티도 높은 회사였다.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그걸 막아내지 못해 망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네이버/카카오 공식 광고대행사였다.
중소기업청 인증 이노비즈에 선정되어 있었다.
그 외에 여러 대상은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
영업이익도 흑자였으며 총 자산 증가율도 작년 대비 성장세였다.
도대체 내가 뭘 더 봤어야 했을까?
나 이제 서울에서 일할 거야 하고 박차고 나온지라 집에는 회사가 망했다고 말도 못 했다. 나는 주임 나부랭이였기 때문에 나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그런 회사를 다시 안 고른다는 보장이 없어서 덜덜 떨었댔다. 그나마 나는 두 달 밖에 안 다녔고 월급이 조금 밀린 게 다지만 오래오래 다니신 분들 중엔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은 분들도 많았다.
내가 한 선택이 내 인생을 갉아먹는 것 같아서 2달 정도 힘들어했던 것 같고 당시 룸메이트가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주어서 겨우겨우 정신 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다음 회사가 파라다이스 였던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어쨌든 망하진 않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이직 준비를 하면서 더 힘들었던 건 면접관들의 태도였다
그 회사가 진짜 망했어요?
잘린 거 아니에요?
아니 그 회사가 어떻게 망해?
이거 끝나고 본부장한테 전화해봐야겠다 등등
나보다 망한 전 회사가 더 스포트라이트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무례한 면접이 한두 번이 아니라 꽤 많이 치러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망하게 한 게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고 왔는데 망하게 한 애들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