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Sep 03. 2022

퇴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진심 어린 소통, 쉽지만 묵직한 한방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퇴사이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나는 8월 부로 벌써 세 명의 퇴사를 지켜봤다. 휴직까지 포함하면 4명, 거의 전 직원의 반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그런데 신규 채용은 0명. 4명의 일은 어떻게 됐냐고? 남은 사람들에게 계속 얹혀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코로나의 직격타를 받은 업계에서 일하는 우리. 오히려 업계의 부침이 심했을 때 퇴사자는 없었다. 다들 처음엔 이번 고비만, 올해만 넘기면 나아지겠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하고 이어지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젖어 그냥 하루를 버텨내고 살아냈던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엔 내근직이기보다 사람 속에 둘러싸여 일했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 동향을 확인하고, 간간히 해외출장, 오프라인 행사로 페이퍼 워크가 지루 할 때쯤 리프레쉬하며 '일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전원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사람이랑 일하는 건지 슬랙 속 AI 봇이랑 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업무가 이어지고, 사람과의 스킨십을 지리한 이메일이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찾아온 것 같았던 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사람들이 신물을 느끼고, 그 효용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올해 초 거리두기 단계 폐지와 함께 해외여행에도 그 규제가 덜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기도 했지만 아마 그 숫자에 다들 둔감해지기 시작한 게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다시 해외여행 재개로 이어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코로나만 끝나면'하며 미루고 참아왔던 일들, 그동안 허비한 시간에 대해 더 이상 내 인생을 홀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포함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업계는 다시 활기를 찾아갔고,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아지는 일과 활기를 되찾으며 모든 게 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마냥 순진한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때, 회사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직원과 팀장들과 교감 없이 조직을 세분화해서 쪼갠 것. 회사의 성장을 위해 매출을 팀별로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지만 여기서 퇴사가 시작되는 첫 번째 단초가 있다.


직원들과의 교감이 없었다는 것.

조직개편을 단행하기 전,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그래도 함께 버텨줘서 고맙다 혹은 고생 많았다, 이제 다시 여행이 재개되니 우리 조금만 더 힘 내보자, 같이 가자와 같은 공감의 언어로 직원들과 교감했다면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언어는 달랐다. 지금처럼 하면 회사는 망한다, 지금까지 걸었다면 이제는 뛰어라.


지금까지 가시밭길을 혹은 땅이 쩍쩍 갈라지는 사막과도 같은 길을 힘겹게 힘겹게 말 그대로 멈추지 않고 가는 것에 다행이라며 작은 회사에서 팀 구분 없이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며 버텨왔던 사람들은 '그래? 그럼 난 떠날래.'가 된 것이다. 


걸을 힘도 없는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건 무의미하다고? 앞으로 뛰어야 한다고? 

무엇을 위해서?


사람과의 스킨십은 직장에서도 중요하다.

재택근무를 하며 사람과의 스킨십이 직장생활에서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전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일하며, 혼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전원 재택근무로 80%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이 글로 진행되며 나도 사회적 동물임을 깨달았다. 한 설문 결과에서 사람의 언어는 입으로 내뱉는 말, 음성에 해당하는 비중은 적은 퍼센트밖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디랭귀지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예전엔 놀랐겠지만, 지금은 이해 가능한 결과이다. 


일을 위해 모인 직장에서 친분은, 다른 사람과의 스킨십은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사모임도 동아리도 아니고 특정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모인 커뮤니티이니 일만 잘 돌아가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 남게 만드는 이유는 일이 아닌 사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직원들의 휴직과 퇴사

회사의 조직개편 단행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커리어와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를 던졌다. 모두 자신이 몸담고 있고 애정을 가지는 회사이지만, 냉정하게 내 회사는 아니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가 아닌 개인을 다 찢어놓고 더 뛰라고 채찍질하는 회사, 과연 그게 맞는가에 대해 나를 포함해 각자 나름대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직장생활 10년 차인 나를 필두로 한 시니어들은 고민이 단순했다. 업계에 몸담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업계를 바꾸는 것은 리스크가 크고, 그렇다면 여기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아예 퇴사를 해서 나만의 것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양자택일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런데 주니어는 달랐다. 주니어에겐 아직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고, 이 회사가 첫 회사 기껏해야 두 번째 회사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여태껏 버텨온 것에 대한 보상이, 이 꼴을 보려고 내가 그 힘든 코로나 기간을 버텼나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에게 '일'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나에겐 어떤 일이 그리고 근무방식이 맞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이 회사에 남을지 떠날지가 아닌 근본적인 일에 대한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고 정립하게 하는 굵직한 숙제가 남겨졌다.




그리고 이어진 퇴사


첫 번째 퇴사

조직개편이 되며 주니어였다가 팀장이 된 친구였다. 책임감이 강한 친구라 리더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의 밑에 붙은 더 주니어인 친구를 가르쳐가며 어떻게든 팀을 잘 이끌어 가고 싶었던 친구. 묵묵히 제안서 작업을 이어가며 올해 초 그 친구와 저녁 행사로 전철역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당시엔 거리두기 단계로 모두 9시에 문을 닫았던 터). 많이 힘들지?라는 말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친구. 


책임감으로 어렵게 이어가던 그 친구는 회사 매출을 위해 맡기 싫지만 맡아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고, 처음 겪어 보는 클라이언트 갑질에 당황하고 상처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 친구가 그만두는 이유는 아니었다. 


더 큰 상처는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 클라이언트의 비상식적인 갑질이 있었을 때 회사가 직원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지 맞춰줘. 그 정도는 별 거 아니야' 그 친구의 힘듦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 앞에선 강하게 말하라고 하며 뒤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우리가 모자라니 양해해달라며 굽히고 메인 커뮤니케이터인 직원을 오히려 난처하게 만든 회사. 그 친구는 서운함을 넘어 환멸을 느꼈다. 


두 번째 퇴사

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어찌 보면 개국공신과 같은 분이 회사를 떠났다. 대표와 서로 이해하는 방향점이 다르다고 했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그간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공감과 인정, 그 인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 번째 퇴사

두 번째 퇴사한 분과 같은 팀의 팀원.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사라진 것 만으로 혼란스러웠을 텐데 넘어온 업무의 양은 그 팀원을 혼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신규 충원을 해 주겠다고 3개월 전부터 얘기하며 결국 이어지지 않았던 약속으로 도망가듯 떠났다.


퇴사에 대처하는 팀장의 아니 회사를 이끄는 리더의 올바른 자세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겪으며 내가 생각한 빠지면 안 될 핵심은 

'진심을 필두로 한 직원과의 소통'이다.




1. 공감과 인정 -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덩치 큰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심지어 사람은? 진심 없는 아부성 칭찬이 아닌 진심으로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팀원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직원들이 있음에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아낌없이 표현한다면 그리고 팀원의 성장을 응원하며 그 노고를 인정한다면 적어도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2.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잡기는 어렵겠지만 - 미워도 다시 한번만

회사의 팀장이 아닌 선배로서 생각할 때 팀원의 퇴사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퇴사가 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져 혹은 한 단계 성장을 앞둔 성장통인 것 같다면 (꼰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과감하게 다시 한번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초년생 시절, 팀장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나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그때 만약 내가 더 약게 굴었다면 꾹 참고 이직할 곳을 알아본 뒤 퇴사했다면 공백 없이 나갔을 텐데, 감정에 휩싸여 눈이 멀었던 나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그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때 친하게 지냈던 사수가 한 번이라도 내게 쓴소리로 조금만 참고 버텨라라고 얘기해줬다면, 누굴 탓할 일은 아니지만 그 이후 한동안 방황하며 1년 여의 공백기를 가졌던 나는 면접에서 참 힘들었었다. 


그래서, 그때 결정했다. 회사의 입장이 아닌 직장생활을 조금 더 한 선배로서 퇴사를 고민하는 팀원에게 그 친구의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자고. 물론, 애정이 가는 친구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팀장이 되고 보니 쓴소리도 피드백도 애정이 가는 친구에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 친구에게만 해 주고 싶다. 쓴소리도 피드백도 굉장히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니어 때는 몰랐다. 누군가 내게 피드백을 주는 게 자신의 업무 외로 엑스트라 노력을 들인 시간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면 선배들에게 더 잘할 걸 ^^ 


3. 우리 팀을 배려하고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 알리기 - 헤어짐 이후 남겨진 사람들

그럼에도 퇴사를 결정한 팀원에게는 더 이상 질척이지 말자. 대신,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이다. 퇴사 후 업무상 공백이 생긴 이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이제부터 팀장의/리더의 고민이 그리고 무엇보다 남은 팀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기이다. 


가장 베스트는 후임자가 신속히 구해져 퇴사 전 후임자에게 전임자가 업무 인계를 완벽히 하고 가는 것. 하지만, 늘 인생을 내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마음에 딱 맞는 후임자가 쉽고 빠르게 구해지는 건 내 생각엔 회사 대표의 조상의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할 귀한 인연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사람들에게 업무가 나눠지는 것은 정해진 일. 


남은 팀원들의 현재 업무 스콥과 로드를 명확히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퇴사자의 업무가 더해질 경우, 남은 팀원의 업무가 확장되거나 혹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상황이면 그 업무는 잠시라도 그 팀원이 경험할 수 있게 배분되는 게 좋다. 


하지만, 늘 모두가 가져가고 싶은 업무가 있는 반면 피하고 싶은 업무도 있을 터. 그렇다면 팀이 다 같이 모여 함께 논의하는 게 좋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최대한 형평성에 맞도록 퇴사자의 업무가 얹혔다면 기존 다른 업무를 다른 팀원이 덜어주는 방식으로 업무 스콥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동안 쌓아 온 팀웍이 빛을 혹은 흑빛을..발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고생하면 될 지에 대한 대략적인 데드라인을 팀과 공유하고 격려하기. 

신규 채용은 언제까지 진행될 거라고 대략적인 타임라인을 공유해 막연하게 해당 업무를 앞으로 내가 계속 담당하겠구나 - 앞으로 어떡하지로 이어지는 '멘붕'에 빠지지 않도록 팀원들을 다독이고, 


신규 채용 일정 등을 모두 고려해 남은 팀원들과 업무에 관한 논의가 끝나면 그 논의를 토대로 퇴사자의 퇴사일을 조율한다. 남은 팀원들이 퇴사자의 일을 떠안게 될 경우, 퇴사자 역시 각 업무에 대한 꼼꼼한 인수인계와 더불어 그동안 함께 일한 팀원들에 대한 예의로 최소 4주의 노티스는 줘야 한다.


퇴사 일정을 남은 팀원들과 상의하지 않고, 퇴사자의 말만 듣고 결정했다간 가뜩이나 얹혀지는 업무에 팀원들의 사기는 떨어지는데 남은 팀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듯한 팀장의 태도에 팀은 싸늘해져만 간다.


맛있는 점심, 커피는 팀의 윤활유 - 직장에서의 소확행 챙기기!

앞서 말했지만 결국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모인 이들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합이 좋다면 그 결과 또한 폭발적인 시너지가 난다. 결국,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이어지는 이상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모두 회사에서 보낸다. 이왕 일할 때 행복까진 아니어도 종종 즐거운 순간들이 이어진다면 단순히 직장에서가 아니라 내 일상이 그리고 삶이 더 웃음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에 근사한 곳에서의 식사(맛있는 건 기본, 비싼 건 옵션), 힘들 때 카페인 수혈과 곁들이는 달달한 마카롱을 마다할 자 없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팀원들과 함께 힘듦을 공유하고(힘든 일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니까 - 비록 난 슈퍼 T이지만, 이 말엔 공감한다), 서로를 다독이고, 회사 욕도 좀 곁들이면 전우애는 쌓여간다.




비슷한 업무와 처우가 있다면 회사를 결정하고, 

또 나가지 않고 버티게 하는 힘은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왜 나는 바쁜 것을 증명해야 하는가? 

상호간의 신뢰가 인정이, 공감이 부재한 자리에 불신과 자괴감, 분노가 자라나고 결국 헤어질 결심을 공고히 하게 이른다.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행하지 않게 일했으면 좋겠다. 


모든 직장인들(팀장님들) 파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