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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1. 2024

약간 모자란 게 나은 이유는?

배가 고프다가 먹을 게 나오면 주머니에 돈이 있건 없건 누구나 정신없이 먹기 바쁘다. 배가 고프다고 너무 급하게 또한 많이 먹으면 탈도 난다. 過食은 굶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적당한 허기는 식욕을 돋우며 사는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또한 배가 터지게 먹는 것보다는 약간 모자를 정도로 먹는 게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한다. 또한 돈이 암만 많아도 먹을 것 자체가 없다면 별수 없이 굶어야 하는 게 인간이기에 부자든 가난뱅이든 먹는 것 앞에서는 감사함과 겸허함을 가지는 게 올바른 인간의 자세이다.  


세상에서 굶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늘 포만감속에서 풍요롭게만 지내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금수저는 먹고 입는 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을 뿐 아니라 집도 빚 없이 마련하기에 대출로 집을 구입한 이들과 달리 3高 불황에도 대출금리나 물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적다.


세상에 태어나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기만 알고 지내온 사람과 곤궁함도 이따금씩 겪으며 부대껴 본 이들을 비교하면 삶에 대한 이해나 깊이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특히 막내인 경우) 나이와는 무관하게 젖비린내를 풍기는 이들이 간혹 있다. 나는 한때 우연히 그런 사람이랑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아파트를 함께 얻어서 지내면 월세를 반씩 나눠내기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나보다 나이도 몇 살 많으면서도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철저한 에고이스트였다. 내가 지금껏 예순까지 살며 만났던 이들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는 도가 늘 지나치면서도 그로 인해 상대방이 가지는 불이익이나 불쾌감 등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던 그런 위인은 앞으로도 만나기가 무척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약간 모자라는 상태와 '포만감' 두 가지 가운데 대개는 후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식사를 할 때에도 배를 꽉 채우기보다는 일부러라도 한 숟갈 적게 먹는 게 몸에 좋다고 한다. 배가 꽉 찰 경우 소화시간이 더 길 뿐 아니라 식곤증이 더 심해진다. 또한 배가 약간 덜 채워질 때 몸도 가벼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더 건전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만족이란 걸 모르는 존재이다. 식욕 이외에도 소유욕, 명예욕, 권력욕 등 끝이 없다. 욕심 중에서도 학자가 학문적으로 최고가 되려는 욕심이나 운동선수가 챔피언이나 신기록을 세우려는 욕심은 건전하며 고상한 것이다. 하지만 순수한 도전정신은 자칫하면 탐욕으로 바뀌기도 한다. 한때 동물복제 실험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 과학자는 노벨과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후 줄기세포 조작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되었다. 아직도 과학실험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대중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 채 잊혀진 인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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