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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y 08. 2024

어버이날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해마다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날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다. 나의 경우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어린이날은 큰 의미가 없지만 주변에 孫子를 본 친구들은 애들에게 줄 선물을 살 일도 있을 걸로 보인다. 또한 부모님들과 작별한 친구들은 어버이날에 선물을 사는 것 대신 반대로 선물 받을 일만 생기게 되었다. 이런 식의 변화하는 모습은 왠지 映寫機를 통해 화면에 한 커트씩 나타나는 삶의 영상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몇 년 전 九旬을 넘기신 부친이 위독할 때가 있었지만 건강을 회복하셨고 몇 년 후면 九旬이 되시는 모친도 귀가 어둡고 무릎 연골의 퇴행성관절염이 있지만 비교적 건강하시기에 며칠 전 연휴 때 가족과 함께 부모님이 사시는 실버타운을 들렀다. 3대가 한 식탁에서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자 한 노인분은 다가와서 "참 보기가 좋습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다음 날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의 해운대 근처 기장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비가 내리는 날 꼼장어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목욕탕에 몸을 담그신 부모님 등을 때타월로 밀어드리며 이런 시간을 앞으로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 앉아 얘기를 나누며 과거 한 지붕아래 함께 살며 지내던 일들을 떠올렸는데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과거의 평범한 일상사들이었지만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각각의 기억들이 마음속에서 하나씩 둘씩 반짝이기도 했다. 중1 때 한 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아 일주일간을 방에 누워만 계셨던 적도 있었고, 고2 겨울방학 때는 어머니가 입원을 하셔서 병실의 좁은 보조침대에서 밤을 보냈던 적도 있었다. 면허번호 3922로 약사였던 부친은 토요일 저녁에도 집에서 30분 떨어진 약국에 나가서 일을 하셨는데 간혹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 계시곤 하셨다. 부친이 나가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계실 때마다 나는 왠지 무척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이러한 부모님에 관한 추억은 내가 나이가 들수록 더욱 큰 의미를 갖게 해 준다. 그 이유는 두 분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차츰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인간들 간의 관계는 有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을 때 잘해"일지 모른다.


현재 각각 20대 초반, 후반인 나의 딸과 아들도 삼십여 년이 지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내가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어느 날 나란 존재는 族譜의 구석켠에 이름 석자만 희미하게 남게 될 것이다. 태어나 가족들의 축하 속에서 돌잔치를 하고 교육을 받아 성인이 되어 가정을 갖고는 고생도 하며 결국 세상과 작별하는 삶이지만 어버이날 자식들로부터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작지 않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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