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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Sep 15. 2024

능력과 인간성 중에서 더 중요한 건 과연 뭘까?

사람을 두고 누가 낫다 누가 못하다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지 모른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인데 심하게 말하면 그놈이 그 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저런 잣대로 순위를 정하는 걸 좋아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을 상대로 순위를 매겨 차등화하는 일은 일반화되어 왔다. 순위라는 건 어찌 보면 인간을 놓고 비교를 통해 우열을 가리는 불쾌한 일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경쟁심을 통해 더 잘해야 한다는 의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만 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면 순위를 정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순위 가운데에서 대명사가 되는 게 '능력'인데 고졸과 대졸에서 시작해 석사나 박사와 같은 학위와 함께 그 틈새에 자격증까지 들어간다. 직장에서도 인사고과라는 게 있어 업무능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봉과 진급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능력과 관련한 근거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늘 자신을 따라다닌다. 하지만 능력보다 더 중요하면서도 통상 간과되기 쉬운 게 '인간성'이다. 현실적으로 능력의 중요성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능력만이 다는 아닌 게 인간의 삶이다. 능력이 있으면서 인간성까지 훌륭하다면 보증수표이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능력과 인간성은 서로 상충관계(trade-off) 이기도 하다. 능력이 뛰어나면 인간성이 그만 못하고 인간성이 훌륭하면 상대적으로 능력이 그만 못한 경우가 많다. 능력이 뛰어난 이들 중에는 그 능력으로 부당하게 돈을 벌거나 부정한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국회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인간성과 능력 모두 수준미달이면서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능력 이전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인간성임에도 인간성이 능력 다음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보면 우선 능력은 ××대학교나 ××고시 혹은 ××자격증 등으로 표준화되기 쉬운 반면 인간성은 대개 객관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사회에는 인간성에 문제가 있지만 능력 하나로 출세한 이들이 더 많다 보니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능력을 표준인 양 내세우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공부만 잘하면 이기적이다 못해 독단적인 경우에도 영광의 월계관이 씌워지는 반면 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인간성이 암만 좋아도 좋은 얘기를 듣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능력 이전에 우선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림의 떡'에 불과하며 뭐니 뭐니 해도 SKY면 만사형통인 세상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식민통치하에서 의로운 사람은 멸문지화 되는 반면 기회주의자들은 온갖 부귀영화를 누려왔다. 오죽하면 과거에 밀정이었던 이가 독립유공자로 둔갑하여 국립묘지에 묻혀 있겠는가? 아직도 그러한 낯 간지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인간의 도리와 예절을 중시하는 유교중심의 사회에서 소유한 부에 의해 삶이 결정되다시피 하는 자본주의가 정착되며 돈을 잘 벌면 인간성까지 덩달아 좋은 착시현상까지 생겼는지 모른다.


이러한 혼란한 세상이기에 능력이 뛰어난 반면 인간성에 문제가 있어 세상을 좀먹게 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법의 칼날이 필요하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YH사건'이 바로 그 예이다. YH무역은 1966년 10명의 종업원으로 시작된 가발회사인데 4년 만에 3,000명의 종업원을 보유한 제계순위 15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하였다. 하지만 창립자가 외화를 밀반출하고 횡령했을 뿐 아니라 이에 맞서는 이들에게 부당해고, 전직, 감봉 등의 보복조치를 하며 결국 직장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여종업원들은 직장을 잃고 길에 나앉게 된 반면 그 후에도 경영자는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구멍가게 같던 공장이 급성장한 데에는 정부의 수출정책이나 경영진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한 여종업원들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자기만 부자 되면 된다는 짐승 같은 인간도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럼 능력과 인간성 중에서 더 중요한 건 과연 뭘까? 둘 중에서 진정 중요한 건 인간성이다. 왜냐하면 능력만 믿고 까부는 이들은 자신만이 아니고 남들까지 또한 사회나 국가까지 망쳐놓기 때문이다. 國運이 기운다고 국권을 다른 나라에게 내어준 이들 가운데 무능력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만일 이들이 무능력했다면 후손들까지 두고두고 손 까락 질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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