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와 '울지 마 톤즈'의 교훈을 찾아서
심훈의 '상록수'라는 소설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농촌을 대상으로 한 계몽운동을 다루는 소설이다. '박동혁'과 '채영신'이란 남녀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농촌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맹퇴치와 의식개혁을 위한 계몽활동에 헌신적으로 나선다. 처음엔 농촌 사람들의 무지와 보수적인 태도로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지만 동혁은 영신과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한 결과 농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농촌도 조금씩 변화된다는 스토리이다. 1961년 제작된 최은희 신영균 주연 흑백 영화 '상록수'는 채영신이 간악한 일경에 잡혀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과로로 숨을 거두는 장면으로 끝난다.
'상록수'라는 소설에서 보여주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2010년에 제작된 영화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신부를 연상케 한다. 고생해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안정적인 의사의 삶을 버리고 신학대학에 다시 입학하여 성직자가 된 이태석은 누구도 선뜻 가려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오지 남수단 톤즈에 가서 무더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젊음을 불태운다. 톤즈란 지역은 전쟁의 공포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곳이건만 그곳에서 불안에 떨던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직접 가르칠 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삶의 기쁨과 활기를 찾아 주고자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지도까지 한다. 그밖에 풍토병이 걸린 이들에게 주사를 놓아주기도 한다. 한 번씩 그가 국내에 들를 때에는 의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기도 하였다. 이렇게 홀로 건축가, 교육자, 의사, 성직자의 1인 4역을 맡으며 헌신하다 급기야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태석은 47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다.
위의 두 편의 스토리는 현재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목표의식도 없이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자세에 대한 해답을 주리라 보인다. 과거나 지금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의 꿈이라면 대개 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다. 공무원 혹은 법조인이 되어 안정적으로 사는 걸 보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가나 사회운동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는 갈수록 보기 힘들다. 우선 벤처 등 사업은 실패율이 높아 엄두를 내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차원에서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도록 지원하고 실패 시 회생하도록 하는 장치라도 마련할 필요는 있으리라 보인다. 또한 과거 농촌계몽운동의 연장선에서 행해지던 노동운동도 이제는 나라가 선진국이 됨에 따라 과거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 권익 찾아주기 혹은 탈북자 대상 정착지원 활동 등으로 활동반경이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약자나 그늘진 곳을 찾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배운 사람이라면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이득만 찾거나 자신의 도움이 필요함에도 등을 돌린다면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질 것이다. 또한 명문대 인기학과를 나오면 연봉이 얼마며 성공한 삶이라는 식의 현실 안주적인 태도보다는 남들이 쉽게 뛰어들지 않는 힘든 부문에서 꿈을 이룬 이들의 사례도 공유할 필요가 있으리라 보인다.
또한 제2, 제3의 이태석도 나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종교까지도 현재 현실화 내지 세속화되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천주교나 개신교를 포함해 불교까지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사실 예수님이나 석가모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성직자나 신앙인은 많지 않다. 예수님 혹은 석가모니처럼 거지로 살기는 다들 싫다는 말이다.
이렇듯 물질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이기에 '상록수'의 박동혁과 채영신 그리고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