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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Jun 18. 2023

내 몸 사용 매뉴얼

오전 6시 기상



아홉 시 반까지 출근, 저녁 여덟 시 퇴근. 백화점에 근무하던 시기에 기본 출근시간이었다. 일반적인 회사 출근 조건과는 조금 다른 늦은 출근과 늦은 퇴근은 오전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더랬다.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잘 수밖에 없다며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보려 노력조차도 하지 않기 위한 핑계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혼초 아이를 낳고 키울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생활을 했고, 잠귀가 밝아 새벽에 자주 깨어 아이를 챙기는 생활과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 아침식사를 챙겨주었었고,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다니고 일반 사무직 출. 퇴근 시간엔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백화점에 다닐 때에도 처음엔 출근시간이 한 시간 반씩이나 걸리는 거리였기에 당연히 새벽 6시에 일어나 움직였어야 했었다. 늦게 자더라도 분명 잘 일어나 아침시간을 잘 살아냈던 기억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더 늦게 자고 조금이라도 더 늦게 일어나는 나태한 생활 속에 젖어든 채로 살아왔다. 그렇게 나의 삶에서 이른 아침 시간이 제외된 지 십여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문득 생각 없이 사는 대로 그저 살아가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많은 것들이 무너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좌절의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지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나에게 손 내밀어준 동생 덕분에 그 무거운 새벽시간의 침묵을 깨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3년 전 이맘때즈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책모임을 하며 책모임 회원들의 권유와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다짐으로 오전 6시 내 방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속에 침잠해 버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요가매트를 깔고 유튜브를 켜고 초보과정의 홈트를 따라 15~20여분을 쉼 없이 움직였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땀 속에서 예전의 내가 다시 깨어나 나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만 같았다. 다시 잘 살아내자고 아직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과연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었지만 다행히도 나는 충분히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한 번 시작한 일에 최선을 다 하며 섣불리 멈추지 않는 근성도 조금은 지닌 사람이었다. 다만 제대로 습관이 들지도 않았던 기상시간에 욕심을 부려 오전 5시 기상을 한 달 정도 도전해 보았더랬다. 하지만 결국 몸이 견디지 못했고 급성 이석증을 앓게 되면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아침 시간오전 6시가 딱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경험의 시간들을 통해 나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내 몸 사용 매뉴얼’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젠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조금 늦게 자는 날이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포기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주일에 3회 이상 오전 6시에 일어나 체력단련을 위한 달리기만 잘 유지하며 스스로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아침 오전 5:55 알람이 울린다. 부스스 눈을 뜨고 침대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시계를 보면 6시가 막 넘어가고 있다.

바로 운동화를 신고 40~45분 후에는 되돌아오기로 하며 현관을 나선다.

3~4분을 걸으며 몸을 풀어주고 서서히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달리기를 시작한다.



휴일 이른 아침, 인적이 거의 없는 건널목에도 도로에도 인도에도 맑은 아침 햇살만 한가롭게 비추고 있다.

당분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나의 아침을 여는 최적의 시간인 오전 6시를 환한 햇살과 함께 반갑게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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