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올뺌씨 Apr 28. 2022

우리집 수다쟁이 고양이

고양이도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집사가 고양이말을 하던가

이 녀석이 언제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을까?


근래의 일은 아니다.


“꼬냥아~ 꼬냥아~, 우리 꼬냥이 편히 쉬고 있어요~?”


혼자서 뭐가 캣타워에서 쉬고 있는 꼬냥이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더니 이 녀석이 대답을 한다.


“먀~ 먀~”


우리집 꼬냥이는 어릴때부터 수다쟁이였다. 집사만 보면 뭐라고 말을 걸었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녀석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아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이래저래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내 말소리에 따라 이 녀석이 “먀아~ 먀아~” 거리면서 대답을 한다.


내가 혼잣말을 하거나 자기에게 말을 거는 줄 안 모양이다.


특히 외출했다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찰나에는 방언이 터진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말이 많아진다.


글로 표현해보면


“냥녕뇽뇽냥냐뇽”


뭐 이런 식이다.


이 녀석은 고양이계의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한국어 인사를 가르쳐보려 한 적 있는데 ‘냥녕먕묘먀’ 정도의 발음이 한계였다.


아쉽다.


세상에 이런 일이기에 출연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집사가 말을 걸면 요새는 이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어쩐지 비참해지는 기분이다


그나마도 요즘은 사춘기인지 말을 걸어도 대꾸가 시큰둥하다.


귀찮아서 마지못해 대답해준다는 답만이 돌아오는데 집사로서 서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온몸으로 서운함을 표출하며 다가가면 잽싸게 도망가서 건드리지 말라는 듯 자기 혼자만의 사색에 빠진다.


거참…… 엉겨붙을 땐 언제고.


고양이의 마음은 여자 마음 만큼이나 알기 힘든 것 같다.


고양이가 말을 배우는게 아니라, 집사가 고양이 말을 배우고 있는 느낌은 왜일까?




꼬냥이의 푸념 -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이 조그만 방구석에 인간 집사가 맨날 뒹굴뒹굴거리면서 궁시렁 궁시렁 혼잣말을 하곤 한다.


게다가 집에는 나랑 집사밖에 없는데 누구 하나 놀러 오는 꼴을 못 봤다.


우리 집사는…, 왕따, 외톨이 뭐 이런 건가?


혼잣말하는 집사가 불쌍해서 몇 번 말에 대꾸를 해줬더니 그때부터 주구장창 말을 시킨다.



귀찮다고 몇 번을 말해도 당최 알아듣지 못한다.


집을 오래 비워두고 들어올 때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이제 오냐고 화를 내면 희한하게도 집사는 무진장 기뻐하면서 블라블라 말을 해댄다.


아니, 나 지금 짜증 내는 거라고!!!


당최 이놈의 집사는 내가 짜증을 내고 화를내도 좋아하는 게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것 같다. 가끔 내가 집사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흠냐앙… 그래도 뭐, 고기 간식은 잘 챙겨주니까……


작가의 이전글 무더운 여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맥주 안주 에다마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