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삶,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전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포스팅 해 보았다. 스무명 정도가 글을 보시고 좋아요도 눌러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워낙 어렸을 때 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브런치라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처음 글에 한국에서 일했을 때 vs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을 비교하는 글을 올렸는데 좋아요는 많이 눌러주신 데에 비해 댓글은 없는 것 같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답해드릴 수 있었는데!!하고 아쉬웠다..!
아무튼 나의 브런치 첫 활용기는 이쯤으로 하고.. 처음 글이 그냥 단순한 나의 커리어 여정에 관한 이야기 였다면, 이제는 가치관/국가관(?)에 대한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다. 결혼으로 180도 바뀐 나의 삶이지만, 여기서 내가 얻은 것, 공부한 것, 알게된 것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처음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주해야 했을 때 나는 미국에 아주 소규모 도시로 - 즉 한국 사람들은 이름을 잘 모르는 도시로 - 이주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했을 시기였기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짐을 싸서 날아 갔던 것 같고, 남들 다 아쉬워하고 부러워하는 직장은 당당히 사표를 날렸을 때였다. 환경의 변화가 결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났지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미국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미국이 내가 처음 살아보는 외국은 결코 아니었다. 기타 다른 나라도 살아봤었고, 나름 미국 출장도 종종 다녔었기에 처음에는 매우 자신이 있었다. '까짓 거-!'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름 세계를 무대로(?) 일했었기에 금방 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독일의 대학에서 MBA 과정도 밟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과 부딪힐 때, 인간은 언제나 최대치의 실망감을 느끼는 법, 현실은 결코 내가 상상했던 미국과는 달랐다.
- 미국의 민낯. 민낯이 예쁘긴 힘들다.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었나를 돌이켜보면,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거대한 나라, 자유의 나라, 마케팅의 성지 정도.. 그 외에 출장들은 모두 큰 도시들이었기에, 미국의 전형적인 그리고 상징적인 이미지로만 미국을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미국 기업들 또한 전통적인 대형 agency였기 때문에 그 밖을 생각해 보지 못한 점도 있었다. 다양한 인종들, 다양한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뭔가 조화를 이루는 이미지, 자유롭고 진보적인, 트렌드를 앞서가는 느낌, 인플루언서의 성지, 등 등 모든 긍정적인 수식어로 미국을 상상한 데에 반해, 미국의 소도시는 미국의 진짜 민낯을 보여주기에 아주 충분했다.
작은 도시, 보수적인 도시, 인종 차별이 극심하고 흑인들은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시, 예전 2차 산업들이 전부 쇠퇴해 빈 건물이 즐비한 도시, 아시안에 대한 definition 이 없는 도시, 차이나 타운, 코리아 타운이 없는 도시, 한국 음식이 한국에 비해 네 배 정도 비싼 것 같은 도시.. 뭐 덧붙이자면 끝이 없겠으나 이것이 대충 미국 민낯의 현 주소 요약이 아닐까 싶다. 다만 한국보다 집 값과 물가가 싸고 (서울에 비해) 야근이 없으며 광활한 대자연과 늘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인 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도시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여기서는 분명 당신이 상상한 미국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문화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대도시로 가면 갈 수록 인종적 차별이나 인종에서 오는 어려움을 좀 덜 겪을 수 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주 세금/주 물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면 이것도 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제 서울과는 비교가 안되는 높은 물가, 집 값에 허덕이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의 세금과 팁을 지출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이런 곳에서도 엄청난 월급을 받으면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면 되니까. 그런데 어느 수준에 성공이어야 할지? 나는 지금 남편과 합치면 거의 월에 이천만원 이상을 버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렇게 엄청나게 큰 주에 살고 있지 않은데, 왜 뭔가를 지불할 때마다 엄청나게 돈이 나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지,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져 온다. 차 보험, 집 보험, 모든 고정비용이 일단 한국에 비해서 너무나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고, 생각보다 별거 아닌 것 처럼 느껴지는 이것이 의료 보험과 합쳐지면 소위 말하는 quality of life를 걱정하게 되지 않을 수 가 없다.
- 미국의 의료 체계, 의사 vs 환자
미국에서 의사면 좀 괜찮은 거 같다. 매우 잘 벌 수 있고 한국 의사보다 일도 덜 할 수 있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처럼 뭔가 그런 상사로부터의 험한 닦달을 피할 수 있는 것 같다. 주위에 미국 의사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대체적으로 의사의 삶에 대해서는 잘 정의할 수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환자의 삶은 어떤가? 여기서부터 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미국이 과연 살만한 나라인가? 돈이 정말 많지 않은 이상 내가 내 건강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나라인가? 나는 일단 나의 아이가 아파도, 내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가 없다. 보험도 있고 나의 고용주가 훌륭하게 보험의 많은 부분을 커버해 준다. 그런데 해당 의료 보험에 맞는 '의사 찾기', 생각보다 어처구니 없이 귀찮고 힘든 일이고, 어떤 의사를 찾아서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내가 다음에 또 그 의사를 찾아서 진료받을 수 있는 확률? 매우 작다고 본다. 나의 아이가 엄청나게 아팠을 때도, 내가 엄청나게 아팠을 때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케어로 이겨냈으며, 병원에 가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사실에 좌절하면서도 그것이 결국 현실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physician 정도야 흔히 본다고 쳐도, 조금만 specialty있는 사람에게 즉흥적으로 찾아가기? 대한민국이 의료 강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특히 임신한 사람에게 가혹하다. 초음파?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서 초음파를 봐도 오만원 밑일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초음파 봤을 때 의료 보험 지원 이후로 삼십만원 냈다. 병원 시설? 낙후되었다. 심지어 그 초음파를 본 사람은 의사도 아니었다. 아이 낳기? 이제 아이 낳는 병원비를 검색하는 지경에 이른다. 내가 내 아이 낳는데 가격을 걱정해야 하다니. 물론 한국에서도 병원 입원실 비용 각자 다르고 그것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할 수 도 있는 일이지만, 뭐랄까 미국에서의 임신 여정은 끝없는 보험회사와의 비용 clarification, 잘못된 bill 고치기, 의사와 예약하려면 hold해서 한시간 기다리기 등등 매우 'challenging'한 경험이 아닐수 가 없었다. 그냥 임신만 한 것도 힘든데, 다른 것 걱정해야할 것 산더미..라고 하면 맞는말일까?
다시 말하지만, 당신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quality of life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엄청난 부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과 비교하면 여기서 두 배정도 버는 것 같은데 내가 절대 quality of life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에서 삶이 훨씬 편했고 서비스는 풍요로웠으며, 돈이 많다는 생각을 하진 절대 않았지만 무엇을 두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세금을 꽤 내는 구나 생각은 했지만 국가가 어느정도 혜택을 뒷받침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미국에 와서 미국은 '국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은 나에게 크고 좋은 'concept'이 되었고 이 장소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고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나에 대해 확실히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그야 말로 '기회의 땅'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컨셉이 나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은 나에게 국가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물론 미국이 전쟁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적으로 그리고 우선적으로 자국 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뛰어난 능력과 경제력을 가진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국민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인가? 그것이 국민들의 day to day life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가? 잘 모르겠다.
물론 이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아마 어떤 부분에서는 옳지 않을 수 도 있겠다. 관점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그리고 그것을 더 잘 풀어 설명할 수 있도록 계속 글도 쓰겠지만, 나는 궁금하다. 과연 미국에서 내가 원하는 국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나는 지금 그냥 향수병을 핑계로 이런 두서없는 글을 적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에 대해서 나는 계속 글로 남겨두고 생각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