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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l 15. 2024

데닛의 12가지 생각도구 11

수사의문문

데닛이 제공하는 11번째 생각도구는 수사의문문(rhetorical question)에 대한 주의이다. 수사의문문이란 질문 자체가 어떤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강력한 진술(강한 긍정)'을 표현하는 수사적 기법이다. 범죄 수사에서 일종의 유도신문 비슷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세상에서 신이 아닌 다음에야 완전히 맞고 틀린 것을 정확하게 알 사람이 누가 있겠어?"라는 질문은 이미 명확한 앎이 불가능하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거나 주관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진술을 의미하고 있다.


데닛에 의하면 '수사의문문은 끝에 물음표가 있지만 대답을 기대하는 문장이 아니라'라고 지적한다. 수사의문문은 앞에서 살펴본 귀류법의 축약판이다. 생각도구 2를 다시 찾아보기 바란다. 데닛이 이 수사의문문이 주어졌을 때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수사의문문을 볼 때마다 뻔하지 않는 대답을 마음속으로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 좋은 대답이 생각났으면, 수사의문문에 답하여 질문자를 놀라게 하라.


위의 질문에 당신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신을 전제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아는 것은 누구나 명백하게 아는 것이다. 이 앞에 장미꽃 한 송이가 있다. 누구라도 볼 수 있고, 알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듯이 <세계는 사실의 총체이다.> 그리고 <사실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명제로 표현될 수 있다.>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증명 못하는 것처럼 가리려고 하지 마라.

지구는 둥글다.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 시대에 아무도 없다. 민주공화정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이런 사실도 공화국에서 명백한 규정이다. 그러나 과연 인민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주권은 인민에게 있는가? 아니면 영도자에게 있는가? 마찬가지 물음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에게도 주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은 사실이고, 허구는 허구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영원히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은 사람의 환경이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자도 사람, 빈자도 사람이다. 법은 부와 권력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의문문은 이런 모든 명백한 사실에 의문을 던진다. '언제 역사상 한 번이라도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이 질문 뒤에는 사회는 부정의하고, 공정하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으니 그것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술이 숨어있다. 플라톤의 <국가> 초반에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하는 대화가 나온다. 소피스트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현실은 강자가 지배하며, 언제나 강한 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사회를 통제하여 왔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배를 비유로 들며, 선장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배가 침몰할 위험이 많다며 오히려 선장이 전체 선원의 이익을 먼저 앞세우면 자연스럽게 선장의 이익도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사장은 오랫동안 그 직위를 유지하나,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장의 회사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수사의문문에 당당하게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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